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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1.06.02

버려진 생수병이 옷으로···플라스틱 재활용 현장 가보니




횡성, 수원, 서울 =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영상 = 이준영 기자 coc7991@korea.kr (Lee JunYoung)



뜨거운 날씨, 햇빛 아래를 걷다 편의점에서 냉장 보관된 생수를 한 병 사 한 모금 들이킨다. 금새 병이 비워지면 뚜껑을 닫고 '페트(PET)’라고 쓰여진 분리배출 통에 버린다. ‘고부가가치 재생원료'를 향한 플라스틱의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성질이 가볍고 성형이 쉬운 페트병은 올바르게 분리 배출되면 가공 과정을 거쳐 각종 기능성 의류나 재생용기 원료가 된다. 폐품에서 경찰과 군장병들의 활동복, 노끈, 의류 충전재, 매쉬백, 손 소독제 용기 등 다양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KOCIS)은 '2021 P4G 서울정상회의' 개최를 사흘 앞둔 지난달 27일 한국에 상주하는 외신 기자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프레스 투어를 진행했다. 투어에는 9개국 12개 매체 20명의 외신기자가 참가했다.



코리아넷은 투어에 동행해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다시 소비자의 품으로 돌아오는 자원순환 과정을 살펴봤다.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재활용 선별장 안. 트럭이 뒷문을 열자 다양한 모양의 투명 폐(廢)페트병이 와르르 바닥에 쏟아졌다. 바닥과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페트병을 2층으로 올리기 시작했다. 2층에서는 컨베이어 벨트 양쪽으로 중간중간 사람들이 서서 재활용 되는 병을 골라 다시 1층의 마대자루와 연결된 통로로 내려보냈다.


▲ 5월 27일 강원도 횡성군 청정환경사업소 폐플라스틱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등에서 수집된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을 선별하고 있다.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 5월 27일 강원도 횡성군 청정환경사업소 폐플라스틱 선별장에서 직원들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등에서 수집된 폐플라스틱 중 재활용 가능한 페트병을 선별하고 있다. 김혜린 기자 kimhyelin211@korea.kr



얼마 지나지 않아 컨베이어 벨트에는 찌그러진 다양한 크기의 폐플라스틱만이 남았다. 투명 페트병이 아닌 무색, 청색, 갈색의 폐플라스틱은 패딩이나 인형의 충전재, 달걀 용기나 일회용 플라스틱 컵 등 저(低)부가가치로 재활용된다. 투명 페트병만이 다시 음료용 병이 되거나, 폴리에스터 원사가 된다. 투명, 불투명 여부에 따라 저부가가치와 고부가가치 원료로 운명이 갈린다. 페트병과 폴리에스터는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라는 동일한 원료로 제작하기 때문에 페트병을 잘게 잘라 열에 녹인 후 얇은 실로 뽑으면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골라진 폐페트병은 모아지고 사각형으로 압축돼 두산이엔티(DOOSAN ENT)로 보내졌다. 두산이엔티는 자동화 공정을 통해 폐페트병에서 뚜껑과 라벨을 분리하고 파쇄, 세척해 페트 조각인 ‘플레이크’를 생산한다. 플레이크 순도가 완제품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여러 번의 세척 과정을 거친다. 커다란 기계에 납작해진 모습으로 들어갔던 플라스틱 병들은 이내 투명한 플레이크가 돼 자루에 담겼다.

완성된 플레이크는 균일화된 플레이크칩을 만드는 회사에 보내진다. 이후 화학섬유 제조기업에서 이를 녹여 가늘고 긴 원사를 뽑아내면 버려진 생수병에서 기능성 의류로 다시 태어날 준비가 끝난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Black Yak)는 이렇게 만들어진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로 옷을 만든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로 국내 수거 폐페트병 재활용 섬유인 ‘K-rPET (Korean recycled PET)’로 만든 기능성 의류를 출시했다.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과 블랙야크, 두산이엔티 등 기업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투명 페트병 수거와 제품 생산을 위한 협력 체계를 만들었다. 재생섬유 원료가 되는 폐플라스틱 수입을 줄이고, 국내 원료 의존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과 지자체가 자원순환 체계를 새롭게 구축한 것이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석유에서 원료를 채취해 새로운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것보다 페트병을 재활용 하는 것이 탄소 배출량이 65% 적고 생산에 소비되는 에너지도 70%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2019년 기준으로 연간 2만8000톤인 고품질 페트 재생원료를 2022년까지 10만톤 이상으로 확대한다. 그간 수입되던 폐페트와 재생원료(2019년 7.8만톤) 물량을 전량 대체할 계획이다.

이날 프레스 투어에 참여한 카자흐스탄 하바르 국영방송 (Khabar Agency)의 최올가(Olga Tsoy) 기자는 "카자흐스탄은 땅이 넓어 매립을 주로 해왔고 플라스틱 재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라 배울 게 많아 투어에 참여하게 됐다"며 "한국의 인상적인 재활용 시스템을 카자흐스탄에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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