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 리뷰: 황석영 ‘바리데기’
황석영 작가의 소설 ;바리데기;는 버림받은 바리공주(the Abandoned Princess) 설화를 차용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풀어가며 오늘날의 난민 위기와 불법 이민자, 대도시 집중 현상 등 현 세태를 반영한다.현실과 환상의 중간 어딘가에 전환점이 있다. 이는 일곱 세대에 걸쳐 되풀이되는 역사 가운데에 있다. 한편, 날아다니는 그리핀(사자 몸통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지닌 신화적 존재)과 마법의 주문은 저 편에 존재한다. 언제 이러한 마술적 리얼리즘이 판타지가 됐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콜롬비아 소설가)와 조앤 K. 롤링(Joan K. Rowling)의 중간에 황석영의 ;바리데기;가 있다.유령과 주술, 혼, 그리고 장티푸스로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 있다. 흰둥이라는 이름의 개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마녀와 도깨비와 어두컴컴한 사원이 있다. 그녀는 강아지 칠성에게, 그리고 귀머거리, 벙어리 언니에게 텔레파시로 대화한다. 그녀는 죽은 친척들과 이야기하고 저 세상의 그들을 본다. 그녀는 발바닥 혈 색깔만으로 고객의 건강 상태를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영혼을 읽을 수 있다. 그녀는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할머니가 말했듯이 ;바리의 재능은 타고난 것;이다.▲ 2007년 출간된 황석영의 ;바리데기;는 2015년 영어로 번역, 출간됐다.한국 전통설화에는 버림받은 ;바리공주; 이야기가 있다. 바리공주는 아들이 없었던 오귀대왕의 마지막 자식이자 일곱째 공주로 태어났다. 바리공주는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 버려진다. 그녀는 저승으로 가서 불로장생약(생명수)을 구해와 새로운 세계에 다시 태어난다. 그 후, 바리공주는 죽은 영혼을 태우고 스틱스 강(River Styx)을 건너는 카론(Charon)처럼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오구신이 된다.황석영 작가의 ;바리데기;는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Virgil, 70 B.C.-19 B.C.)는 장편서사시 ;아이네이드(Aeneid);를 약 29 B.C.~19 B.C. 경에 썼다. 이 작품은 아이네아스라는 한 트로이 전사가 패배한 도시를 떠나 도주해 지중해를 건너 로마라는 도시를 건설한 이야기다. 이탈리아 작가 보카치오(Giovanni Boccaccio, 1313~1375)는 14세기 후반에 단편소설집 ;데카메론(Decameron);을 썼다. 피렌체 고전인 이 작품에서는 10개의 단편 속에 10명의 등장인물이 흑사병이 없어질 때까지 도시 밖으로 피난해 기다린다.황석영 작가가 이 작품들과 비슷하게 쓴 것이 바로 2007년에 출간한 ;바리데기;다. 이 작품은 한 여성 무속 신앙인이 전체주의국가의 공포에 이어 중국의 지린성과 랴오닝성에서 난민 생활의 공포를 겪고 전 세계를 돌아 런던에 도달하는 여정을 그린다.이 작품 속 ;바리공주;의 운명은 역사 속 여러 여성들의 운명과 비슷하다. 고통을 겪고 여성으로서 ;적절한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그런 세상에 사는 여성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부모의 행동과 기대 때문에 고통을 겪는 많은 바리공주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가 그들에게 자유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해야 한다. 사회의 올가미에 갇혀 고통 받고, 헌신하고 그 고통을 용감하게 견디라고 강요를 받는다.바리공주는 왕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다. 이것이야말로 가부장주의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바다. 바리공주는 모든 여성의 영웅이다. 그녀는 현세의 한계를 넘어 초월적 인간이 되기 위해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한다. 그녀는 세상을 치유한다. 그리고 개와 대화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전통 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황석영 작가는 (설화 속 바리공주와 같이) 일곱째 자식으로 태어난 여주인공이 이 세상에서 겪는 여정을 아름다운 한 편의 잘 직조된 이야기로 완성해 독자들을 몰입시킨다. 주인공은 전체주의국가의 억압받고 가난하고 굶주리고 있는 북한부터 중국의 지린성, 그리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항구라고 불리는 랴오닝성, 대양을 건너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며 온화하고, 할머니와 같은 사랑을 주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세상의 상처를 치유한다. 앞날을 내다보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무속 신앙인으로서 그녀는 사람들의 병을 알아내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감지해 상처를 치유하도록 도와준다. 동물, 이미 사망한, 혹은 실종된 친척들(살았든 죽었든)과 대화할 수 있다. 바리공주가 불로장생약을 구해오듯, 주인공은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한다.;따롄에서 우리는 희망에 부풀었다. 아름다운 해변과 깨끗한 도심지 그리고 공원들은 또 얼마나 잘 가꾸어 놓았는지.; (제5장 중반)황석영이 소설의 배경으로 선택한 북한의 실상은 1970년대 루마니아보다 심각한 수준의 참혹한 모습이다.;홍수가 넘친 들판과 시 변두리에 시체들이 둥둥 떠다녔다.; (제3장 초반)황석영 작가는 작품을 통해 남북한 관계 개선을 강력히 지지해왔다. 실제로 여러 차례 북한을 직접 방문했던 작가는 방북의 이유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는 석방하고 여러 해가 지나서야 다시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때 작품 ;바리데기;를 썼다.;배급도 끊기고 노임도 나오지 않으면서 광부들도 일을 때려치우고 식량을 구하러 나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방의 크고 작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일손을 놓은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제2장 후반부)이 작품은 2007년에 발표됐지만 영역본은 2015년에 나왔다. 번역은 소라 김 러셀(Sora Kim-Russell)이 맡았다. 현재 영역본은 영국에서만 구입 가능하다.▲ 1943년 출생인 황석영 작가는 2007년 소설 ;바리데기;를 출간했다. 남북한 관계 개선을 강력히 지지해온 황 작가는 방북의 이유로 1993년부터 1998년까지 투옥되기도 했다.;바리데기;는 단순히 한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설화 ;바리공주;, 그리고 황석영 소설 ;바리데기;에서 나타나듯이, 무속신앙은 사회 전반에 만연한 남성 우월주의를 비판한다. 설화에서나, 소설에서나 주인공 ;바리공주;의 이야기는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관련이 있다. 남성 우월주의 속에 고통 받는 건 여성이기 때문이다.황석영과 전통설화 모두 세속적 세계를 수용하지 않고 이 세상의 경계를 넘어서는 여성을 창조해냈다. 바리공주는 이 세상이 주는 즉각적인 보상을 넘어, 엄격한 유교주의 사회 너머의 신성한 보상을 선택했다. 그녀는 현모양처와 순종적인 딸을 여성 가치의 유일한 잣대로 여기는 유교주의 사회의 한계를 넘어서는 여성의 롤 모델이며,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바리공주는 이 세상 모든 여성들에게 말한다. 이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경로와 결정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바리공주는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켜야 하는 현실에 적응하지만 그렇다고 이에 압도되지는 않는다. 여성성의 존엄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다.마지막으로 요약하자면, 작품 ;바리데기;는 설화에 등장할법한 할머니와 함께 신기한 능력을 지닌 한 아이의 인생 이야기다. 그녀는 할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세계로 나아간다. 개와 텔레파시로 대화하며, 지구와 조화를 이룬다. 그녀는 영혼을 읽고, 그 영혼들을 치유한다.그레고리 C. 이브츠 코리아넷 기자번역 손지애 코리아넷 기자사진 한국문학번역원gceaves@korea.kr 201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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