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중국 벽을 넘다
▲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23일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중국과의 4차전에서 우승한 뒤 한 줄로 늘어서있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중국과 접전 끝에 3-2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이 공식대회에서 중국을 꺾기는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눈물과 환희가 23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을 채웠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최초로 격파한 뒤였다.중국과의 4차전에서 슛아웃(shoot out, 승부차기)까지 갔던 치열한 접전 뒤에 3-2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폭풍눈물과 미소로 기쁨을 나눴다. 다른 종목과 달리 아이스하키 국제 대회에서는 우승팀의 국가를 연주한다. 애국가를 듣는 선수들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됐다.이날 양팀은 3피리어드까지 시종일관 팽팽하게 맞섰다. 1피리어드 10분 36초 중국 수비수 위바이웨이가 중거리샷으로 선제골을 넣자 한국은 1피리어드 종료 33초 전 박종아가 박채린의 패스를 이어받아 동점골을 넣었다. 그 뒤 2피리어드 중국의 쿵밍후이에게 2번째 골을 허락했지만 박은정이 중국의 골문을 흔들면서 다시 무승부가 됐다. 연장전의 슛아웃에서도 양팀 모두 9번째 선수들이 슛을 날릴 때까지 그대로였다. 그러나 중국의 10번째 선수의 슛을 신소정이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뒤이어 박종아가 슛을 성공시키며 승부가 결정 났다. ▲ 박종아(오른쪽)가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23일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아이스하키 중국과의 경기에서 중국 선수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박종아는 이날 경기의 슛아웃에서 결정슛을 날려 한국팀의 승리를 이끌었다.이날 여러 차례 공격적인 슛으로 중국을 위협한 신소정은 “수십 개의 슛을 막다 온몸에 피멍이 들곤 했는데 이렇게 이기는 날이 찾아왔다”며 “메달은 생각하지 말고 중국에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자고 다짐했는데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울먹였다.이날 승리는 모두에게 각별했다. 앞서 이들은 18일 태국과의 1차전에서 20-0으로 승리했지만 중국의 벽과는 사뭇 달랐다. 이전까지 한국 팀은 중국과의 7번 경기에서 7번 모두 졌기 때문이다. 중국팀은 2003년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대30의 치욕을 안기기도 했다. ▲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8일 일본 삿포로 쓰키사무 체육관에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태국을 만나 20-0으로 격파하고 동계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리를 달성했다. 태국전의 승리를 기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팀은 유력한 메달 후보는 아니나 장족의 발전을 보이고 있다. 앞서 한국 팀은 20일 일본(세계 랭킹7위)과의 경기에서 0대3으로 패했다. 21일에는 카자흐스탄(세계 랭킹 18위) 과 0대1로 졌다. 그러나 한국 팀은 세계 랭킹 상위권 국가들과 대등한 경기를 펼쳐오고 있다. 이는 한국은 1999년부터 2011년까지 4차례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했지만 15전 전패를 겪었던 역대 성적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한국팀의 실력 향상이 놀라운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처음 꾸려진 것은 1999년 강원동계 아시안게임 때이다. 급조된 팀이었기에 선수가 부족해 엔트리 22명도 채우지 못할 만큼 모든 것이 부족했다. 3년 뒤 첫 국제대회로 2003년 아오모리 동계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팀은 4경기에서 80골을 내주는 동안 단 한 골을 기록했다. 한국에는 여자아이스하키 실업팀이나 대학팀은 고사하고 변변한 리그도 없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오로지 열정으로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오고 있다.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하키포토=임채우, 연합뉴스 arete@korea.kr 2017.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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