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정체성: 김치
내 며느리는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 김치를 정말 좋아했다. 사실 아들이 한밤중에 전화로 당장 김치를 구할 수 있는 곳을 물어보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날 이후 김치는 우리 가족에게 관심의 대상이 됐다. 김치는 우리가 한식을 먹으러 갈 때마다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치는 한국이고 한국이 곧 김치;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한국의 전통 발효음식인 김치는 단순히 채소에 갖은 양념을 넣고 만든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김치에는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 있다. 김치는 모든 한국인에게 상징적인 음식이다.김치에는 한국 음식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즉, 한국 밖에 사는 사람들이 아무리 김치를 모방하려 해도 김치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 김치는 절대 똑같지 않다. 김치는 김치만의 급을 갖고 있다. 김치는 한국의 고유한 음식이다. 그 어떤 요리도 김치를 따라올 수 없다.역사적으로 볼 때 김치는 한인이 겨울에 채소를 저장할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먹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채소가 많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늦가을에 김치를 담갔다. 이들은 가장 먼저 소금을 이용했지만 나중에 다른 재료도 개발했다. 한국인들의 겨울 준비를 보면 이들이 계획적이고 성취도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인들은 살기 위해 필요한 많은 양의 김치를 담갔다. 아울러 한국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는 ;김장;의 전통도 있다. 채소 재배 과정에는 가족, 친척, 이웃도 포함된다. 김장은 하나의 노동과 성취를 위해 얼마나 사회가 단합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공동체를 단합시키는 힘 외에도 김치에는 풍부한 영양성분이 함유되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 김치가 발효되면 좋은 박테리아가 많이 생겨난다. 영양전문가들은 체내 장기에 좋은 박테리아와 나쁜 박테리아가 조화를 이루면 우리 몸은 균형 잡힌 건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을 배고프고 허약하게 그대로 두면 국가를 세울 수 없다;는 현명한 격언을 기억해야 한다. 나 또한 이 격언에 따라 한국인들이 수년 전에 김치를 담그지 않았더라면 과연 위대한 국가의 기틀을 세울 지혜를 가질 수 있었을지 상상이 안된다. 따라서 김치 담그기는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의 의미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노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건강하다면 건강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한 민족이 건강한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 더 자랑스러운 것이 무엇이 있는가?국가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 외에도 김치를 통해 한국인들은 자신의 세계관과 정체성에 의미를 부여한다. 몇몇 문화 전문가들은 이 정체성은 단순히 타인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체성은 한국인들 본인이 포함된 과정이라고 본다.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은 한국인에 의해 내부화되었다는 사실은 김치를 담그는 습관과 김치를 매 끼니마다 먹는 것에서 증명됐다. 한국인들은 김치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가전제품은 신제품 출시나 트렌드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이와 달리 김치의 가치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삼성, LG 등 잘 알려진 한국산 전자제품 상표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술 아이콘으로 인식되고 이들은 특히 젊은이들에게 거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이런 상표들도 김치의 지속적인 존재감을 위협할 수 없다. 삼성과 LG제품은 새로운 전기 기기가 시장에 히트칠 때마다 바뀔 수 있지만 김치는 그렇지 않다.따라서 ;한국인들이 김치 없이 식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단호하게 ;아니다;이다. 김치는 한국인들 안에 깊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화적 정체성은 집단을 형성했고 단일 문화 국가의 특징을 만들었다. 김치는 사회적∙역사적 틀을 통해 대대로 사람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힘을 가졌다. 사실 정체성은 유동적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나 김치는 정통성을 갖고 있으므로 한국인들의 정체성 상실을 막아줄 것이다.릴리엑 소엘리스티요는 인도네시아 페트라 크리스천 대학교(Petra Christian University)에서 영문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번역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20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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