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앞둔 실향민의 눈물, "상설 면회소 열어달라"
▲ 1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실향민 1세대 서규회 씨는 "실향민 입장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큰 기대를 걸어본다"고 말했다. 이하나, 박혜리 기자 hlee10@korea.kr사진=전한 기자 hanjeon@korea.kr황해도 연백군 온정면 락선리. 고향을 떠난 지 7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실향민 1세대 서규회(82) 씨는 어릴 적 주소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한국·유엔군이 북한군에게 서울을 내준 1.4후퇴 때 피난길에 올랐다. 7남매 중 셋째인 그가 14살 되던 해였다. 그는 "어머니가 한달만 피난 갔다 오라고 하셔서 나와 형님과 누님, 이렇게 세 명이 잠결에 영문도 모른 채 나왔다"며 "그때 어머니가 주신 쌀 두 말을 가지고 어른들 품에 강화 교동으로 넘어와 아직까지 못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교동으로 피난 후 서 씨는 단 한번도 헤어진 가족과 만나지 못했다. 그가 미군 구호물자를 먹고 버티며 검정고시를 합격하고, 편지배달을 하면서 고학을 하는 동안 들려온 소식은 북에 남겨진 그의 형제들을 함경북도 북청군으로 이주시켰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는 "형의 장손인 조카만이 아직 고향 연백군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북에 남은 형제들을 만날 수 있다면 함께 있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죄하고 싶다. 이 한을 풀고 가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손을 가슴에 얹었다. 연백군민회장, 황해도민회 부회장 등을 지내며 실향민 활동에 앞장서 온 서규회 씨를 16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나 실향민들이 2018 남북정상회담에 바라는 소망을 들어봤다.▲ 서규회 전 연백군민회장은 16일 "이산가족 면회와 고향 방문, 조상성묘를 남북정상에 요구한다"며 "한 맺힌 이산가족, 실향민들에게 세 가지 선물을 꼭 해달라"고 말했다.-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소회는. 실향민 입장에서 이번 회담이 열리는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큰 기대를 품고 있다. 두고 온 이산가족을 만나고 싶고 또 이 나라가 정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큰 기대를 걸어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권을 갖고 좋은 성과를 거두길 기원한다. -남북정상회담에 바라는 점은. 이산가족의 3분의 2가 한을 품고 돌아가셨다. 이제 남은 우리들도 5년 내지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이산가족의 눈물과 한을 담아 문 대통령에게 부탁 드린다. 첫 번째 소원은 두고 온 이산가족을 한번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상설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해 죽기 전에 만나게 해주길 바란다. 두 번째는 고향 방문, 세 번째는 조상에게 성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실향민·이산가족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나. 우리 모두 한결같이 눈물의 세월을 보냈다. 평생을 못 가고 죽어서도 못 가는 게 영원한 한이다. 이런 감정은 실향민들이 대동소이할 것이라 믿는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며 인류 역사상 이런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기다린 세월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큰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우리는 죽어서도 갈 곳이 없다. 가장 괴로운 때는 추석과 명절이 돌아오는 것이다. 왜냐하면 찾아 갈 고향이 없고 만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남 몰래 눈물을 흘리고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핵 문제도 있지만 실향민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면회, 고향 방문, 조상성묘만 해도 큰 성과다. 한 맺힌 실향민에게 선물이란 이것이다. 우리의 마지막 도리, 마지막 임무다.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에 따르면 이북 출신 실향민 1세대는 약 75만 명으로 추산된다. 2세대, 3세대, 4세대까지 넓히면 약 800만 명 된다. 201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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