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옷’이 이끈 한복의 세계화
▲ 한복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앞장선 이영희 한복디자이너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강가희 기자 kgh89@korea.kr사진 = 이영희 페이스북한복의 현대화와 세계화에 평생을 바친 이영희 씨가 17일 별세했다. 향년 82세. 이영희 씨는 개량한복의 선두주자로, “옷은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는 전통복식연구가 고 석주선 박사의 가르침에 따라 한복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복의 저변을 넓히는데 앞장서 왔다. 20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패션 공연, 2001년 평양 패션쇼 ‘이영희 민속의상전’, 2004년 미국 뉴욕•워싱턴 이영희박물관 개관, 2005년 부산 APEC정상회의 21개국 정상 두루마기 제작, 2007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한복 16벌 영구 전시, 2011년 독도 패션쇼 ‘바람의 옷, 독도를 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 한복 의상 디자인 등 400회가 넘는 패션쇼에 참여했다.▲ 사진작가 김중만이 촬영한 이영희 한복디자이너의 ‘바람의 옷’. 고인을 세상에 알린 대표작 ‘바람의 옷’은 1993년 파리 프레타포르테 무대에서 선보인 저고리 없이 치마로만 이뤄진 한복 드레스다. 당시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에서는 “가장 모던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옷”, “바람을 옷으로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 데 모은 옷”이라는 찬사를 받은 반면 고국에서는 ‘국적 없는 옷’ ‘전통 한복이 아니다’라는 비난을 들었다. 2013년 한복 입장객에 한해 고궁 무료 입장을 허용하는 문화재청 정책이 나오면서 ‘캐쥬얼한복’ ‘퓨전한복’ ‘모던한복’ 등 한복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전통한복의 틀, 한복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현대적 감성에 맞게 개발하고 변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다.이영희는 후자의 편이다. 한복 치마에서 변형된 원피스, 두루마기형 재킷 등 한복의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 개발에 공을 들였다. 한복 디자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람의 옷’에 대해서는 “한복이 우리 생활 속에 배어 들게 하려면 불필요한 장식부터 과감히 없애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저고리의 고름을 떼어버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복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이나 시대에 맞게 변형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순 없다. 이들은 모두 한복의 아름다움과 멋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다. 중요한 점은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인이 한복을 많이 입어 '한복(HanBok)’이 고유명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던 대가 한 명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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