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옥토버페스트’ 을지로 노가리 골목
▲ 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4번 출구 안쪽 골목에는 노가리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노가리 골목’이 형성돼 있다. 서울 중구 강가희 기자 kgh89@korea.kr서울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 주변. 대낮에는 인쇄기계가 ‘윙~’ ‘윙~’ 쉴틈없이 돌아가고, 공구상과 자재상들이 내놓은 장비로 번잡한 골목이 저녁이면 노가리를 안주 삼아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일명 ‘노가리 골목’으로 탈바꿈한다. 인쇄 골목으로 불리던 노가리 골목은 1980년대부터 을지로13길과 충무로11길 일대에 형성되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인근 지하철, 인쇄공장 노동자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공간에서 지금은 도심 직장인들이 퇴근 후 몰려드는 맥주 골목으로 유명하다. 현재 17개 점포가 자리잡은 노가리 골목의 시작은 3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을지OB베어다. 1980년 장인이 문을 연 5평 남짓한 점포를 이어받아 운영 중인 최수영 씨는 “초창기에는 24시간 돌아가던 인쇄공장 노동자들이 밤샘 근무 후 교대시간에 노가리에 맥주 한 잔을 곁들여 피로를 풀면서 골목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넥타이 부대’ 회사원들부터 20∼30대 젊은이, 외국인 할 것 없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가게가 처음부터 노가리를 안주로 판 것은 아니었다.최 사장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후 법이 바뀌면서 주류 사업자가 안주를 공급할 수 없게 됐다”며 “장인어른께서 고민 끝에 노가리를 안주로 내놨다”고 했다. 1980년 당시 노가리 한 마리에 100원, 생맥주 한 잔에 380원이었다.▲ 을지로 노가리호프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생맥주와 노가리. 서울미래유산야외 테이블에 손님이 앉으면 따로 주문이 없어도 생맥주와 노가리가 사람 수대로 나온다. 지금도 연탄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노가리가 단돈 1000원, 노가리를 안주 삼아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는 3500원 선이다. 저렴한 가격에 고추장을 기본으로 한 매콤한 노가리 특제 소스는 노가리 골목의 인기 비결이다.좁은 점포들이 마주한 골목에 펼쳐진 야외 테이블 영업은 이전까지 엄연히 불법이었다.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며 손님은 줄고 상인들의 영업 경쟁으로 다툼이 늘자 일대 상인들은 을지로 노가리호프번영회를 조직해 서울 중구에 옥외영업 허가를 요청했다. 지난해 5월 옥외영업 허가를 따낸 점포들은 도로점용료를 내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 정규호 번영회 회장은 “노가리 골목을 찾는 시민들이 늘면서 지역 상권도 함께 살아났다”며 “80년대 이곳을 즐겨 찾던 손님들이 아들, 손자와 함께 방문하는 노가리 골목을 한국의 ‘옥토버페스트’로 만들고 싶다”고 기대했다. 한편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2015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됐고, 서울 중구가 운영하는 을지로 골목투어 프로그램 ‘을지유람’ 코스에도 포함됐다. 2018.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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