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혁신기업 시리즈 ③ 의사가 놓친 이상 부위, AI로 찾아낸다 ‘루닛’
▲ 서범석 루닛 대표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역삼구 루닛 본사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의료진단 소프트웨어를 설명하고 있다.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서울 = 정주리 기자 etoilejr@korea.kr 코리아넷은 2019년 신년을 맞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혁신성장을 이끄는 기업들을 만나 혁신성장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세 번째 기업은 혁신성장의 주요 동력인 인공지능 기술로 의료 혁신을 추구하는 ‘루닛(Lunit)’이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은 환자를 상상해보자. 환자가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면 흉부 엑스레이를 찍게 된다. 의사는 엑스레이 영상을 보며 문제가 되는 부위를 파악한 뒤 중증 질환이 의심될 경우 CT 같은 검사를 추가적으로 진행한다. 그런데 만약 AI가 엑스레이 단계에서 사람이 육안으로 구분하기 힘든 미세한 이상 징후까지 잡아낸다면 어떻게 될까? 질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 주목한 한국 기업이 있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의료 영상 속 의학적 특징을 발견하고 정의해 의사가 환자를 더욱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의료영상 검출 보조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루닛(Lunit)’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역삼구 루닛 사무실에서 만난 서범석 대표(37)는 혁신을 “참신함과 유용성의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얼마나 새롭고 참신한 지도 중요하지만 유용성이 없다면 혁신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으로 정확도를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를 찾던 중 단 1%의 정확도 향상으로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의료 분야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범석 루닛 대표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흉부 엑스레이 의료진단 소프트웨어인 루닛 인사이트(Lunit INSIGHT for Chest Radiography)를 시연하고 있다. 해당 소프트웨어에 분석을 원하는 데이터를 불러오면 이상 부위가 색상으로 표시된다.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AI 알고리즘 개발 위한 풍부한 의료영상 데이터 확보 지난 2013년 설립된 루닛은 의료 영상 데이터를 분석,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흉부 엑스레이 소프트웨어(Lunit INSIGHT for Chest Radiography)와 유방영상 소프트웨어(Lunit INSIGHT for Mammography)를 개발했다. 소프트웨어에 영상을 불러오면 의심되는 위치가 색상으로 구분되고, 병변 존재 가능성이 수치로 나타난다. 의사는 이를 참고해 영상을 판독한 뒤 최종 진단을 내린다. 서 대표는 ”흉부영상과 유방영상의 경우 연평균 촬영 수가 1조를 넘어설 정도로 전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쓰이는 영상 촬영”이라며 “CT나 MRI와는 달리 두 방식 모두 3D 영상을 2D로 만들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져 영상 판독 시 어려움이 있다”고 제품 개발 동기를 밝혔다. 루닛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같은 한국의 주요 대형병원과 미국 UCSF 메디컬센터, MD앤더슨 암센터를 포함한 세계 18개 의료기관과 협업해 데이터를 확보한다. 이상 부위를 정확하게 판별하려면 다량의 의료영상 학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한국의 높은 의료 접근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서 대표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의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검사를 부담 없이 할 수 있어 영상 자료가 풍부하다”며 “중환자들이 서울에 위치한 주요 대형 병원에 대거 몰리는 경향이 있어 자료를 모으기 쉽다”고 설명했다. 세계 무대에서 AI 기술력 입증루닛의 딥러닝 기술은 세계대회에서 잇달아 상위권 성적을 보이며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7년 AI로 유방암 전이 여부를 예측하는 국제대회(CAMELYON Grand Challenge 2017)에서 1위를 차지했고, 같은 해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CB Insights)가 선정한 ‘세계 100대 인공지능 기업’에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포함됐다. 세계적인 영상의학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한 부분 역시 차별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개발자 중 한 명인 엘리엇 시걸 박사, 의료기술 기업 ‘히기(higi)’ 창업자인 칸 시디키(Khan Siddiqui) 미국 존스홉킨스대 영상의학과 교수가 그 예다. ▲ 지난해 11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18’ 루닛 부스에서 칸 시디키(Khan Siddiqui) 박사(오른쪽에서 네 번째), 엘리엇 시걸(Eliot Siegel) 박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서범석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자리를 함께했다. 루닛서 대표는 루닛의 철학이 인공지능 기술로 의학 진보에 크게 기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정보를 검출해 의사의 진단에 도움을 줘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루닛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끄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AI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닛이 추구하는 목표는 시사점을 준다.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닌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루닛이 꿈꾸는 AI 의료 혁신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2019.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