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손길 담긴 명품 ‘호미’
영주 = 글·사진·영상 민예지 기자 jesimin@korea.kr 아마존에서 재래식 농기구 ‘호미’가 인기를 끈다는 소식은 한국인에게도 흥미롭다. 유명 회사의 브랜드도 아니고, 시골의 어느 한 대장간에서 탄생한 호미가 아마존 원예용품 ‘베스트 10’라니.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농기구지만, 일자 형태의 모종삽만 알던 외국인들에게 호미는 흙을 긁어내고, 파내고, 덮어내는 작업이 모두 가능해 ‘혁명적’이란 찬사를 불러 일으켰다. 유튜브에는 최고의 가드닝 툴(gardening tool)이라며 호미를 사용한 사람들의 후기가 이어졌다. ‘아마존 호미’의 탄생지는 서울에서 동남쪽으로 약 220km 떨어진 경상북도 영주의 한 대장간이다. 대표 석노기 장인은 14세 때 처음으로 대장장이 일을 배우고 52년 째 외길을 걷고 있다. 농기계화 되면서 전국적으로 대장간이 문을 닫을 때도, 이웃나라에서 값싼 호미가 수입될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경상북도 최고장인’에 선정돼 그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인터넷을 잘 몰랐던 석 장인에게 10년 전 지인이 인터넷에서도 호미를 판매해보자고 제안한 게 ‘아마존 호미’의 시작이다. 당시에는 반응이 미지근했지만, 2~3년 전부터 미국에서 몇 개씩 주문이 들어오더니 작년에는 2000개가 넘는 호미가 팔렸다. 석 장인은 ‘아마존 호미’가 사랑받는 이유로 견고한 재질을 꼽는다. 자동차 판 스프링을 재료로 삼아 일반 쇠에 비해 잘 닳지도, 부러지지도 않는다. 또 숙련된 장인의 실력으로 불량률을 줄였다. 쇠가 달아올랐을 때는 눈으로 색깔을 본 후 가장 적절할 때 매질을 시작한다. 너무 온도가 높으면 불량 가능성이 높아지고, 온도가 낮으면 작업이 되지 않아 고도화된 실력이 중요하다. 얼핏 보면 차이가 없지만 미묘하게 손잡이부터 삼각형 날까지 두께가 전부 달라 작업이 어렵다. 조용한 시골에 쏟아진 관심에 대해 묻자 석 장인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연마했을 뿐”이라고 답한다. 그의 손은 마지막 마디가 구부러진 채 완전히 펴지지가 않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에 남았다. 이제는 거의 사라진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갖고 모든 과정을 여전히 손으로 직접 작업하는 그의 고집과 정신은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를 만나 다시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 석노기 장인이 만든 영주대장간 호미 2019.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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