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강제동원 보상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해법은 무엇인가 (양기호 교수)
양기호(성공회대 교수, 일본학전공)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래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일본정부는 경제보복 조치로 수출규제 실시는 물론,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측의 사실상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는 지난 달 29일 오사카 G20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강조한 "자유롭고 공정한, 무차별적인 무역체제를 강화한다"는 주장과 정 반대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전후 체제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인 자유무역 질서는 한일 양국의 경제적 번영을 지탱해 온 버팀목이었다. 국가별 순위로 볼 때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은 4위, 한국은 6위 수출국으로 세계경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일 양국간 교역규모는 지난해 약 850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영국과 프랑스간 교역량을 넘는 것이다. 더구나 1965년 한일 수교이래 한국의 대(對)일본 무역수지 적자 누적액은 무려 6천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엄청난 대일 무역적자를 감안하면 일본정부의 부당한 수출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며, 매우 비상식적인 것이다. 자유무역 원칙에 벗어난 일본정부의 부당한 수출 규제는 또한 매우 비도덕적이다.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통치하에서, 10대 어린 나이에 끌려가 가혹한 노동착취를 당한 피해자들이 지난 20년 동안 일본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법정 투쟁하면서 살아온 고통과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기업을 보호한다는 일본정부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일본기업은 지금까지 어떠한 불이익이나 실질적인 손해를 입은 것도 없다. 원고단이 신청한 일본기업의 국내자산 매각 처분 허가여부는 지방법원의 심문과정이 시작되어 내년 1,2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내 일본기업의 실질적 손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은 크게 잘못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추가 보복 조치로 2004년부터 포괄적인 수출허가를 허용한 우호국 제도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한국이 수출관리와 대북제재를 충실하게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철저히 준수해 왔고 전략물자의 수출통제에 대하여 일본보다 더욱 철저히 실행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7월12일 한일 양국간 주장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유엔 안보리 전문가 패널 또는 국제기구에서 국제수출 통제체제 위반 사례를 공동조사하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이에 대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일 양국간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문제 해결 방안에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더구나, 1965년 청구권협정에서 한일 양국은 1910년 한일 강제병합의 불법, 합법 여부에 대하여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은 1910년 강제병합을 불법으로 인정한 반면,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국제법상 합법임을 주장하고 있다. 중재위원회가 개시되더라도, 한일 양국은 1910년 강제병합의 불법성 여부를 둘러싸고 상호간 의견차를 해소하지 못하여 시작부터 결렬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일본측은 중재위원회를 주장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중재할 것인지 구체적인 대상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방안인 국제사법재판소에 부탁(付託)할 경우 최소 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그동안 대부분 90대인 피해자들은 상당수 사망할지도 모른다. 작년 2월 생존자는 약 5,200명으로 3년뒤 판결이 나와도 수백 명 밖에 살아계시지 않을 수 있다. 매우 비인간적이고 비인도적인 해법이 아닐 수 없다. 한일 양국에 있어서 재정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자료나 공문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저명한 국제법 변호사를 고용하는 등, 수백억 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발생할 것이다. 자료를 정리하고 번역하는 데에 1년 이상 걸리고, 한일간 신경전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만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패소할 경우, 한국이나 일본 어느 한쪽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다. 따라서 사법부의 민사소송 과정과 판결을 존중하고, 한일 양자간 문제로 한정하여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까지 한일간 주장은 크게 엇갈리지만, 국제법정에 위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합의할 수 있다면, 양국간 정치적 타결을 위한 해법도출이 더 효과적이다. 먼저 한국정부가 지난 6월 19일 제시한 해법에 추가조치를 더해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소송을 추진해 온 피해자와 원고단, 그리고 포스코를 비롯한 청구권자금 수혜 16개 기업과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강제징용 보상을 둘러싼 해법은 한일관계 개선과 동시에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을 포함해야 한다. 일본도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으로 완전히 끝났다는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한일 양국이 상호협력하여 난관을 돌파하려는 진정한 노력이 필요하다. 피해자는 일본정부, 일본기업의 사죄와 보상을 기다리고 있으니, 한일 공동기금에 일본기업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기업의 사죄와 보상은 분명하고 한정적인 내용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피해자 보상에 한정해서 일본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 3년간 시효문제 등을 포함하여 개인보상이 한일 양국간에 최종적으로 종료된다는 것, 추가 소송이나 피해자 보상의 형평성 등은 국내 입법조치로 한국측이 종결시키고자 노력한다는 점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한일 양국 정상과 외교당국, 양국 국민들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세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2019.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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