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주제로 다큐멘터리 영화 만든 코슈몰 감독, "독도는 전 세계가 알아야 하는 공통의 주제"
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땅'을 만든 매튜 코슈몰 감독은 "독도는 국가, 인종을 초월한 공통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 윤소정 기자 arete@korea.kr사진 = 김순주 기자 photosun@korea.kr"독도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 국가와 인종을 초월한 공통적인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건 불합리에 대한 저항이다."독도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아버지의 땅(Land of My Father)을 제작한 미국인 매튜 코슈몰(Matthew Koshmrl) 감독의 말이다.지난달 28일 개막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코리아 시네마(Korea Cinema)’ 부문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영화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아들인 농민 노병만 씨와 독도 첫 주민의 딸 최경숙 씨 두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독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작품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7 차례 독도를 방문한 코슈몰 감독은 "독도가 한국 땅인데 왜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독도가 갖는 상징성을 찾기 위해 다큐를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인터뷰는 지난해 10월 코슈몰 감독이 한국을 찾았을 당시 서울 광화문에서 이뤄졌다.- 독도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텍사스 대학에서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3년 간 영어 교사로 일했다. 우연히 길에서 독도 관련 시위를 봤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분노에 찬 시위였다. 시위를 바라보며 무슨 이유로 한국 땅인 독도를 일본은 자꾸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는지 이상하게 생각이 됐다. 그런 의문이 영화제작으로 이어졌다.다른 이유를 들자면 왜 해마다 몇 천 명의 한국인들이 몇 시간씩 걸려서 독도를 찾는지, 단순한 여행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한국에 살면서 독도가 '강력한 상징성(powerful symbol)'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상징성이란 거대한 불합리에 맞서는 저항으로 보인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비슷하다. 미국에 돌아가서 영화학과 석사 과정을 밟을 때도 독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대한 생각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2014년 2월 생각만 했던 일, 독도 다큐멘터리를 크랭크인 했다.- 영화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 첫 작품으로 독도를 결정했다. 나의 개인적인 관심을 넘어 독도는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독도에는 인류 공통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 그래서 관찰자 시점에서 접근했고 한국인을 넘어 전 세계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해외 관객들은 독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들이 영화를 통해 독도를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롭다. 완성 전 한국과 미국 오스틴에서 시연을 했었는데 독도를 잘 모르는 미국인들도 충분히 공감했고 끝부분에는 같이 눈물을 흘렸다. 미국인들은 일본 경찰에 둘러싸인 가운데 ‘독도는 한국 땅’을 외치는 노 씨의 일인 시위를 이해하고 그의 아버지와 일본의 관계에 대해 공감했다. 이는 현재도 대두되고 있는 강제 징용·위안부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노씨는 이 모든 문제와 싸우고 있고 해외 관객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독도를 방문한 느낌은?처음 방문 때는 독도에 대해 상세히 알고 싶어 '독도의 딸'로 알려진 최경숙 씨를 수소문해 동행을 요청했다. 그녀는 한국인 최초의 독도 주민인 최종덕 씨의 외동딸이다. 독도에서 12년 생활했던, 말 그대로 독도가 고향인 최경숙 씨와 함께 독도의 구석구석을 돌아 보고 독도의 4계절, 즉 독도의 모든 것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 독도는 독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섬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한·일 간 갈등이 역사인식 문제, 수출규제 등으로 계속되고 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양국 간 역사, 정치 문제 등은 잘 알지 못하지만 영화 제작 과정에서 관련 기록과 영상 등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과거 일본 정부는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안겨준 고통 등 역사적 과오에 대해 사죄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심지어 자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한 보도를 우연히 봤다. 과거에 역사적 과오를 사과했던 정부가 어떻게 갑자기 말을 바꾸고 역사를 부정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향후 계획은?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한 국제영화제 등을 통해 ‘아버지의 땅’을 한국과 해외 관객들에게 많이 알리고 싶다. 아울러 한국에 살면서 영화제작 강의를 할 기회가 닿길 바란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한국문화와 사람들의 정(情)이 인상 깊다.(코슈몰 감독은 한국말로 '정'이라고 하기도 했고 kindness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코슈몰 감독은 '아버지의 땅'을 전주국제영화제 외에 다른 국제영화제에도 선보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2020.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