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민주주의와 공동체 의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하는 한국 (크리스토프 고댕 교수)
크리스토프 고댕(Christophe Gaudin)국민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이 시작된 이래 한국이 세계적 관심을 받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방역에 대한 관심이다. 코로나19 발생 당시 한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 중 가장 먼저 크게 타격을 입었다. 베트남이나 대만과 달리 한국은 수십만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바로 폐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월 교회발 집단감염으로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서구 강대국들의 경우처럼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만한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해냈다. 지금까지 몇 번의 위기 상황이 있었지만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대 수준이었다. 13일 현재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는 3.4명으로 영국(196.6명), 미국(172.2명), 프랑스(147.9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 숫자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시 봉쇄에 들어간 국가들이 왜 한국에 관심을 갖는지 알 수 있다.두 번째는 한국식 대응 전략에 대한 관심이다. 여러 서구 국가나 독재 체제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초,중,고와 대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도입했고, 식당, 헬스장, 술집 등 가게들은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운영 시간 제한을 두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서구 국가들이 이동 금지와 영업 제한을 두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인 부분이다. 한국식 대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이후 한국에서는 시위나 집회를 통해 불만을 표현하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시민들은 길에서 시위를 하거나 사회연결망을 통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부의 대응은 큰 비판을 받았고 이후 성찰을 통해 지금의 코로나19 대응 토대가 만들어졌다. 논란이나 의혹을 불러올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닌 의료진과 전문가로 구성된 질병관리청이 방역 중심에 섰다. 한 외신은 이를 두고 프랑스나 미국의 과도한 대통령 중심 체제와 비교하며 한국에서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계속해서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국의 코로나 방역 대책은 두 가지 맥락을 놓고 봤을 때 이해하기 쉽다. 앞서 말한 시민들의 뜨거운 민주주의 열기와 아시아 특유의 공동체 의식이다. 한자로 ‘인간(人間)’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서있는 인(人)과 사이 간(間)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대화를 하다보면 ‘나’보다 ‘우리’라는 표현을 더 자주 듣는다. 물론 이런 부분이 개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공동체 의식은 위험에 처했을 때 규율을 가지게 된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단순히 나를 지키는 걸 넘어 타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이 중국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다른 점은 민주적 대응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관심 아래 지난해 1월 진단키트 제작을 시작했다. 확진자 동선 추적 역시 개인의 자유만큼 타인을 보호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문화적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중국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추적을 하지만, 한국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을 경우에만 동선을 공개한다. 역학조사관이 동선을 재구성한 뒤 익명으로 정보를 공개해 겹치는 동선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물론 정보는 독립기관이 관리하며 사용 뒤 바로 삭제된다. 실시간 감시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는 현재까지 약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접종을 받은 상황으로, 코로나 이전 삶으로 회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두 가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서양 국가들보다 코로나19 타격을 덜 받았으며, 상황의 심각성과 위험성 모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접종 가능 백신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한 우려가 높다. 국민들은 백신과 관련한 스캔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백신과 같은 대체 백신을 찾는 걸 생각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끝으로 한국인의 참지 않는 성향 역시 철학적 측면에서 민주주의 사회임을 보여주는 요소다. 중국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의 없는 이유는 그저 사람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많은 한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의견을 피력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개개인이 알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구권 국가에 퍼져있는 대중들의 낙담한 분위기와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크리스토프 고댕 교수는 프랑스 그르노블 국립정치대학을 졸업하고 파리5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2012년부터 국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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