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 대신 아이스하키 스틱을 잡다’
-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한수진의 인생 반전 스토리-섬세한 감각, 타고난 음악적 재질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소녀가 있었다. 한국의 음악엘리트코스라고 할 수 있는 예원학교, 서울예술고를 거쳐 연세대 음대에 진학했다.그런 그녀에게 숨어있던 또 하나의 재능이 있었다. 바로 타고난 운동 신경이었다. 오선지와 씨름하고 건반을 두드리면서도 마음 한켠은 아이스필드를 향해 있었다. 차가운 빙판을 가로지르며 치열하게 몸싸움 하면서 골문을 향해 퍽을 휘두르는 다이내믹함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피아니스트에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로 변신한 한수진 선수의 이야기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위해 고된 훈련을 받으면서도 하루하루 행복하다는 그녀를 만나 보았다. ▲ 연세대 음대 졸업 연주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한수진 선수. ▲ 태릉에서 아이스하키 훈련을 하고 있는 한수진 선수.예원중-서울예술고-연세대 피아노전공을 했다. 예술인으로서의 삶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이력이 특이하다. 언제, 어떻게 아이스하키를 처음 접하게 되었는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미국에서 전학 온 친구와 함께 클럽팀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예원학교 입시를 앞두고 그만두면서 비록 1년 정도의 연습밖에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라는 신선한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아이스하키가 흥미로웠다면, 그 당시 전공을 바꾸거나 병행할 생각은 없었는가? 중학교 입학 후 다시 아이스하키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는가?- 어렸을 적에는 부모님도, 나도 내가 지금처럼 아이스하키에 매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예원학교 입학 후, 서울예고를 졸업할 때까지 아이스하키를 잊고 지냈다. 나 또한 그 정도의 열정은 없었던 것 같다. 그 후, 입시를 위해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목동을 가던 중 목동 아이스링크 남자고교 팀의 경기를 보게 되었다. 아마 그 때 다시 아이스하키를 하고 싶은 본능이 생겼던 것 같다. 그 직후, 부모님께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하면 아이스하키를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대학 진학 후 교내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갔다.대학교 이후에 운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을 해 온 선수들에 비해 연습이나 단체 생활에서 더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예원중, 예술고에서 단체 생활과 선;후배 문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단체 생활에서의 특별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이미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에서의 경기법, 기술 등에 익숙한 선수들과 경쟁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연습을 할 때마다 발전하고 변화해 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서, 연습 또한 늘 즐거웠다.그래도 타고난 운동 신경이나 재능이 없다면 노력과 열정만으로 대표선수가 되기란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본인이 운동에 소질이 있다고 느꼈던 적은 없는가? 혹시, 선천적 재능이라면, 가족 중에 운동선수 출신이라도 있는가?- 아이스하키 외에 모든 운동을 즐기는 편이다. 사실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체육선생님으로부터 예고가 아닌 체고로 진학을 하지 그랬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에도 전공 수업 시간보다 체육 시간이 기다려질 만큼 모든 운동이 재밌었다. 소질보다는 나 자신 스스로가 운동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했기 때문인지 실력도 빨리 향상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버지도 전문적인 것은 아니지만, 야구를 즐겨하신다.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동생도 축구를 하는 중이다. 가족 전체가 운동을 즐기기는 하지만, 유전적 재능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대학교 때 피아노 연습과 아이스하키 동아리 활동을 병행했다고 들었다. 두 분야 모두 절대적인 연습량 또한 많이 요구되었을 텐데, ;피아노;, ;아이스하키; 두 가지를 동시에 해 나가기에 어려움은 없었는가? 조금 더 비중을 둔 쪽을 고른다면?- 대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학교수업을, 저녁에는 태릉에서 훈련을 받았다. 선수촌 안에서 생활을 할 때면, 피아노가 없어 연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실기 시험이 임박해서야 새벽에 선수촌 주변 개인 교습소에서 연습을 하고, 다시 훈련에 참여했다.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휴학을 하고, 2011년에는 일본 삿포로에 가서 훈련을 받고 돌아온 적이 있다. 그렇게 보면 아이스하키에 좀 더 집중을 했던 것 같다. 최대 휴학 기간을 다 쓰다 보니, 7년이나 지난 뒤, 졸업을 할 수 있었다.같은 손을 주로 사용하지만 피아노는 좀 더 섬세한 감각을, 아이스하키는 힘과 함께 정확한 집중이 요구된다. 두 분야 모두를 전공한 선수에게 피아노와 아이스하키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분야의 특성 외에 나에게 느껴진 차이점을 말하고 싶다. 피아노는 시험을 위해서 끊임없이 연습을 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를 끝마치고 나면 목표를 잃은 듯한 허탈감을 느낀 적이 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매 경기마다 다른 플레이와 정확성, 타이밍, 다양한 기술 등이 요구된다. 즉,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무한하며 다양하다는 뜻이다. ;끝,; ;영원한 최고;란 없다. 이 점이 피아노와 아이스하키를 내가 다르게 느낀 점이자,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하다.▲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이야기하며 밝게 웃는 한수진 선수.(사진 위택환)평창 올림픽이 2018년으로 다가왔다. 아직 자동 출전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아, 가야 할 길이 더욱 험난하다. 그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향후 ;한수진;의 인생 계획이 있다면?- 평창 올림픽을 대비해 하루 평균 6시간의 훈련을 받고 있다. 부모님께서는 대학원 진학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일단 평창 올림픽 전까지는 올림픽에만 집중하여 현재 훈련에 열중하고 싶다. 나 또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선 현재에 열중하는 편이다. 향후 궁극적인 계획이라면, 아이스하키 선수 생활과 병행해 지도자의 길을 준비할 생각이다.지도자라면 여자 아이스하키 감독을 말하는 것인가? 현재 선수로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한계점이나 제약이 있었는가? 우리나라 아이스하키계의 발전을 위해서 향후 어떤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아이스하키의 종국이라는 미국;캐나다선수들도 투잡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즉, 아이스하키 선수라 하더라도 대학 전공 후,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찾아야만 하는 것이다. 대표팀마저 결성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어떤 종목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 대표팀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팀이 구성 되어 있어야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당장 해결될 수 없다. 팀 결성이 시급하지만, 우선 현재 선수들의 기량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제도적;물질적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일례로, 중국과 일본의 경우를 볼 수 있다. 주의 예산으로 많은 투자를 한 중국과 일본은 쾌거의 성과를 달성했다. 일본은 2014 소치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우리나라와는 많은 격차가 벌어지게 되었다. 나의 바람은 이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여 아이스하키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관심과 투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운동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 또한 늘어나 우리나라에도 여러 개의 아이스하키 팀이 생기지 않을까.끝으로 한 가지만 더 묻고 싶다. 한수진에게 ;아이스하키;란?- 최고의 즐거움이다. 부평에서 태릉까지 왕복 4시간에 걸친 통근 길과 훈련이 힘이 들긴 하지만 변화되고 발전되는 나의 모습을 보면 기쁘다. 향후 발전가능성이 많은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에 기대도 되면서, 동시에 책임감 또한 느껴진다. 매순간을 집중하고 즐기다보면 언젠가 우리나라도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가 기적을 일으킨 것처럼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이정록;이승아 코리아넷 기자jeongrok@korea.kr 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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