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의 매력, ‘친근하고 소통이 잘되잖아요’
										
											성악가들로 구성된 6인조 남성중창단이 트로트 앨범을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앨범에 담긴 ;눈꽃빙수;와 '삼박자'는 굵고 맑은 목소리에 트로트 멜로디를 가미해 듣기만해도 즐겁고 신이 난다.30대부터 40대 후반까지 유학파 성악가들로 구성된 펠리체싱어즈는 중년 가장의 애환을 그린 ;삼박자;와 사랑이야기인 "눈꽃빙수"를 편안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으로 풀어냈다. 특히 삼박자는 ;빈 지갑이 왜 이리 무거운 건지/ 한 번의 고비만 넘기면 이 생활 끝날 줄 알았어/ 기가 막혀 똑같은 하루를 사는데/ 왜 또 시련은 나만 찾는 거야;라는 가슴 찡한 가사로 중년 남성팬들을 사로 잡았다.펠리체싱어즈 멤버들은 한국 유수의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유학해 성악을 공부한 뒤 현지 오페라 무대에 활동했던 음악가들이다. 리더인 박준석(테너)씨가 지난해 12월 곽상훈(바리톤), 김세환(베이스), 강대준, 백광호, 오경근(테너) 등 후배들을 모아 중창단을 결성했다. ;펠리체(Felice);는 이탈리아어로 행복하다는 뜻으로 관객들에게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 이렇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성악가들로 이루어진 6인조 남성중창단 펠리체싱어즈는 관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리더인 박준석씨는 ;좀 더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트로트를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뮤지컬 곡을 부르다 어느 날 가요와 트로트를 불렀더니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클래식만 하면 공연 기회가 적어 관객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트로트를 부르게 됐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코리아넷이 최근 트로트 앨범을 내놓은 펠리체싱어즈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어떻게 펠리체싱어즈를 결성하게 됐나?- 박준석: 오페라 성악가들이 모여 좋은 음악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결성했다. 먼저 가곡, 뮤지컬을 부르다 사람들에게 좀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트로트를 하게 됐다. 가요를 트로트 멜로디에 실어서 노래를 불렀다. 클래식하는 사람들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다들 뜻이 맞았다.백광호: 저희만의 노래를 갖고 싶었다. 보통 가곡이나 클래식은 최소 몇 십 년 된 노래이지만 우리 만의 노래를 작곡해서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가곡으로 만들면 듣는 사람들이 생소하게 느낄 것 같아 대중적인 음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그래서 연령대에도 맞고 감성을 전달하기 쉬운 트로트를 선택했다. 뜻을 모아진 것은 2~3월이었고 음반 출시는 7월에 했다.- 성악가들이 트로트에 도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박준석: 대중에 더 가까이 하기 위해서다. 클래식은 소수만 듣는 음악이라 별로 대중적이 않았다. 우리 나이 대에 발라드를 부르는 것보다는 트로트를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관객들에게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랐다.김세환: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가곡은 대중화가 되지 않았다. 전에는 '정다운 가곡'이란 TV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현재는 가곡 무대는 거의 사라졌다. 가곡 연주회를 하면 보통 대중들이 오는 것이 아니라 가곡이나 클래식 동호인들이 온다. 가곡도 대중가수가 부르면 가요다. 구분은 없다. 누가 부르냐에 따라 다르다.▲ 펠리체싱어즈의 강대준(왼쪽), 박준석- 절박한 심정에서 도전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의미인지?박준석: 모두들 가장이고 지속적으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 공연을 많이 하는 게 우리로서는 좋다. 관객들이 더 좋아하는 노래갈 무엇일까 고민했다. 클래식만 하면 공연 기회가 적다. 엄청나게 많은 성악가들이 배출되는데 극장 수는 적고 노래할 기회는 별로 없다. 점점 신인들 위주로 간다. 그래서 30~40대를 지나 50대가 되면 설 수 있는 무대가 거의 없다. 우리 나이 또래도 결단을 해야 하는 시기다. 어느 특정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성악가들로서는 생활이 어렵다.백광호: 클래식 공연으로만 생활하는 게 쉽지 않다. 귀국해서 다른 일 안하고 다행히 공연하고 레슨만해서 살았다. 하지만 유학생 출신 성악가 중 보험업을 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은 클래식 무대가 넓지 않다.- 성악과 트로트는 완전히 다른 장르인데 어떤 점이 어려웠나?- 힘든 것은 없었다. 트로트 창법으로 노래한 것은 아니다. 노래만 트로트 풍일 뿐이자 클래식한 트로트다. 솔로로 나왔다면 트로트 창법으로 불러야 하지만 중창단이라서 성악발성법으로 좀 편안하게 부른다. 곡 자체가 신나는 곡이므로 로큰롤처럼 불렀다. 남자 성악가 6명이 부르니깐 에너지가 느껴져서 관객들이 좋아한다. 경쾌하고 신이 난다고 말씀하신다. 트로트 가수가 부르면 트로트처럼 느껴지지만 다른 사람이 부르면 색다르게 들린다.▲ 펠리체싱어즈는 트로트는 노래할수록 신이 나고 경쾌하다며 성악발성법으로 편안하게 부른다고 밝혔다.- 트로트에 대한 주위의 편견이 존재한다.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곽상훈: '의외다', '정말 왜' 이런 반응이 있었다. 앨범을 내고 첫 방송에 나가고 하니깐 많이 좋아해 주셨다. 지난주 은사님을 찾아 보았을 때 '멀쩡히 활동하던 오페라가수가 뽕짝하냐?'고 물으셨다. 선생님이 안타까워하셨다. 그냥 발라드면 몰라도 트로트까지 한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드셨나 보다. 본인도 클래식에 몸담고 있으니깐 안타깝게 여긴다.김세환: 저희가 공부한 음악이 고급음악인데 왜 그렇지 않은 음악을 하는가 하는 편견이 있다. 독일에서는 트로트 비슷한 민속음악 프로그램이 있는데 원로성악가가 그걸 진행한다.곽상훈: 교육의 산물이 아닐까? 저희가 어떻게 보면 처음이고 선구자다. 처음이라 두려움도 있고 격려도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새로운 시작이라서 두려움이 앞선다.백광호: 성패를 떠나서 클래식을 병행할 수 있을지 하는 우려가 있다. 많은 걸 계산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잘되면 계속 이런 그룹이 나올 것이다. 탈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백광호(왼쪽), 오경근- 트로트의 매력은?- 박준석: 사람들이 쉽게 느끼고 부르다 보면 신난다. 친근하고 내용이 진솔하고 한국어라서 의미의 전달이 잘된다. 가사 내용이 직선적이다. 클래식은 은유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백광호: 소통이 잘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우리 노래를 찾는다면 예술가로서는 성공이다. 아무리 노래를 해도 대중이 좋아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서양에서도 르네상스시대에 세속음악이 나왔다.▲ 클래식도 이전에는 대중음악이었다며 트로트는 이 시대의 대중음악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트로트는 대중이 즐기는 장르, 클래식은 고상한 장르라는 인식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곽상훈: 시대적인 배경 때문이다. 클래식도 전에는 대중음악이었다. 하지만 클래식은 수백년 전 음악이라서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이 시대의 대중음악을 선택한 것이다.트로트도 고상할 수 있다. 특히 오랫동안 노래하신 분들은 대가의 느낌을 준다. 길옥윤 선생님 추모콘서트 때 이미자, 패티김이 노래를 했다. 나이 많은 분들이 너무 노래를 잘했다. 눈물이 날 정도였다. 장르를 떠나서 음악이 주는 힘이다. 고상하다거나 격이 낮다고 구분 지을 수 없다.- 앞으로도 크로스오버를 계속 할 것인가?- 박준석: 저희 팀의 목표다. 트로트, 가요 또는 듣기 편한 가곡일 수도 있다. 완전히 트로트 가수로 전업하는 것은 아니다. 연주자로서의 생명을 이어나가면서 영역을 넓혀 갈 것이다. 실제로 대학가요제 수상한 곡을 불러달라는 주문이 들어 온다. 사랑 받았던 음악을 불러 달라는 것이다. 가요를 많이 부르게 될 것 같다.곽상훈: 기존의 가요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새로운 음악, 클래식한 가요를 부를 것이다. 레퍼토리가 좀 더 풍성해질 것이다. 음악을 재해석을 하는 것이다.▲ 곽상훈(왼쪽), 김세환- 트로트를 통해 팬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싶나?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박준석: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다. 살아가는 게 만만치 않은데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다. 이런 나이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백광호: 가장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저희 또래 아빠들이 웃을 일없고 힘든 일만 있는데 삼박자 가사처럼 어깨가 처진 가장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오경근: 예를 들면 펠리체싱어즈의 이름을 들으면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노래로 한 시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면 최고의 영광이다.백광호: 어릴 때 TV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덤에 백발의 할아버지가 손자의 손을 잡고 헌화하는 것을 보았다. 젊었을 때 팬이었을 것이다. 저렇게 기억에 남고 추억될 수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 좋은 추억을 계속 만들 수 있는 음악인이 되고 싶다.임재언 코리아넷 기자사진: 임재언, 신난 엔터테인먼트 jun2@korea.kr
										2014.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