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릉, 도심 중심에서 역사를 뒤돌아보며 쉰다
조선시대(1392~1910) 왕실의 무덤들을 지칭하는 ;조선왕릉;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왕릉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의미하는 능(陵)과 왕세자와 왕세자비, 왕의 사친의 무덤을 지칭하는 원(園)으로 분류된다. 조선왕릉은 왕릉이 40기, 원이 13기가 있으며 3기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40km 이내에 있다.조선시대 사후세계관과 함께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한 충, 효, 예의 집결체이다. 이와 함께 당시 예술과 과학, 그리고 시대에 따라 변모되는 사회와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 조선 11대 중종의 능인 정릉 정면으로 바라본 모습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선 전형적인 도심이다.;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00길 1;조선시대 9대 성종(成宗, 1457 ~ 1494)과 11대 중종(中宗, 1488 ~ 1544), 그리고 중종의 어머니인 정현왕후(貞顯王后, 1462~1530)의 능이 있는 선;정릉 주소다. 지금의 선;정릉은 빼곡하게 들어선 빌딩숲 속에서 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지만 능이 조성된 연산군 1년(1495)에는 한양, 즉 서울이 아닌 경기도 광주부 서면 학당리였다.▲ 성종의 능인 선릉은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선조26년(1593) 당시 왜군에 의해 파헤쳐 지기도 했으며 인조 3년(1625)과 4년(1626)에는 정자각과 능침에 불이 나기도 하는 등 조선왕릉 가운데 가장 많은 수난의 역사를 겪었다.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들이 함께 안장된 선;정릉은 하나 이상의 봉분이 각각 다른 언덕에 조성됐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도심에 자리잡게 된 선;정릉은 다른 조선왕릉과 달리 수난의 역사를 겪기도 했다. 일본이 당시 명나라였던 중국을 치기 위한 길을 안 열어 줬다는 구실로 침략했던 임진왜란(1592~1598)이 한창이었던 선조 26년(1593) 왜군들이 도굴을 했다. 조선왕조실록의 ;선조실록; 1593년 4월13일자 기사에는 ;왜적이 선릉과 정릉을 파헤쳐 재앙이 재궁에까지 미쳤으니 신하로서 차마 말 할 수 없이 애통합니다;라는 경기좌도 관찰사의 보고서를 접하고 '몹시 망극하다. 속히 해당 관청으로 하여금 의논하여 조치하게 하라;라는 선조의 명이 기록되어 있다.▲ 중종의 어머니인 정현왕후의 능은 중종25년(1530)에 성종 봉분 동쪽 언덕에 조성됐다.조선시대에는 일반 백성이 감히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엄숙한 곳이었지만 지금의 도심 한 가운데서 휴식의 공간으로 조선왕릉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또 조선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저녁 9시까지 문을 여는 곳이다.선;정릉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선왕릉관리소 중부지구관리소 김용욱 소장은 ;도시 중심에서 역사를 체감하고 배울 수 있는 선;정릉은 많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악학궤범 제작을 명하신 성종께서 잠들어 계신 선릉에서는 오는 10월 조선시대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재실에서 만나는 성종 임금의 악학궤범과 흥겨운 우리국악; 행사가 열린다;며 많은 분들이 찾아 한국의 옛 소리를 즐겨 줄 것을 당부했다.▲ 이동진 선;정릉 해설사가 12일 선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동진 선;정릉 해설사는 ;선;정릉은 직장인들이 점심 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하고 시민들이 저녁 식사를 마친 뒤, 가족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라며 ;각 계절별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선;정릉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벛꽃이 만개하는 봄을 가장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붉고 노란 낙엽들로 물들어지는 가을, 그 중에서도 11월초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 한복판에서 72,950평(240,734㎡)에 자리잡은 선;정릉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왕릉 가운데 가장 비싼 곳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며 웃었다.글;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hanjeon@korea.kr▲ 선릉을 지키는 문신상과 무신상 뒤로 강남의 빌딩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선릉을 지키는 호랑이 상이 10일 수은주를 34도 이상 끌어올린 태양을 향해 서 있다. 이동진 선;정릉 해설사는 능을 둘러싼 동물상 가운데 호랑이는 양(陽), 양(洋)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수은주가 34도 이상 올라간 10일 오후 까투리 한 마리가 정릉에 설치된 스프링쿨러로 다가가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선;정릉에서는 먹이를 찾아 분주히 돌아다니는 다람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201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