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매력에 주목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얼핏 들어보면 바둑세계에 관한 이야기일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바둑의 시각을 빌려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을 그려낸 웹툰 ;미생 (未生: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의 유명한 나레이션이다.;미생;은 바둑기사 지망생 출신 주인공이 직장생활에서 고군군투하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사실감 있게 그려내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특히 바둑을 삶에 비유한 나레이션도 높이 평가됐다. 원작을 토대로 지난 해에 제작된 TV드라마는 연애나 영웅스토리가 아님에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미생'과 주인공;장그래;는 한국사회의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는 이전에도 스릴러물 '이끼', 사회 비리를 다룬 '내부자들' 등으로 온라인에 형성된 두터운 팬 층을 갖고 있다. 원작을 토대로 제작된 영화도 마찬가지로 호평 받았다.최근 해방 이후부터 6.25전쟁을 다룬 작품 '인천 상륙작전'으로 부천만화대상을 수상한 윤 작가를 만나 그의 인생, 작품세계와 만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미생;의 윤태호 작가는 만화가의 길은 필연적이라며 만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만화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 허영만 선생의 작품을 보며 자란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허선생님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더라도 만화는 했을 것 같다. 그때 미술대학을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낙서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만화를 했을 것 같다.우문이지만 선생에게 감동을 준 작가와 작품을 든다면. 어떤 면이 그렇게 맘에 들었나. 워낙 시골에서 자라서 보고 자란 작품이 많지 않다. 허영만 선생의 작품만 몇 권 있어서 몇 년 동안 같은 작품만 봤다. 허선생님의 그림스타일, 연출스타일 등을 좋아했다.선생의 작품에는 프로 바둑입단에 실패한 고졸학력자, 이혼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 등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인물들이 많다. 이런 인물에 관심 갖는 이유는? 만화적인 기법으로 보자면 약점이 많은 인물형이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흥미로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생이 잘 풀린 사람들의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 체험해본 바가 없다. 고난 속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의도했다기 보다는 자기가 익숙하고 잘 아는 쪽의 성격에 대해서 쓰게 된 것 같다.▲ 직장인들의 삶을 바둑의 세계에 비유하며 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그려내어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미생;;미생;, ;이끼;, ;인천상륙작전;, 현재 연재중인 ;파인(巴人); 등 작품의 소재가 다양하다. 이런 작품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이끼의 경우,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다 생활고에 쫓겨 ;뭔가 센 이야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 ;미생;은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했다. ;바둑과 샐러리맨의 이야기를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다. ;인천상륙작전;의 경우는 젊은이들의 보수, 극우 성향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됐다. 역사책을 가만히 보면 해방 이후 극우성향의 젊은이 집단이 있었다. 이들은 이념이 아니라 생존욕구를 따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사한 집단이 오늘날 온라인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늘 있었다. 이들에 대해 고민하다 해방된 시점부터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작품을 하게 됐다. 해방과 해방 이후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정부와 그 안에 소비되고 희생되는 민중을 보면 전쟁이 분단으로 끝나고 남쪽은 잘 살게 됐지만 우리는 늘 분단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의 모든 제약과 자유의 한계치도 분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서 인천상륙작전을 하게 됐다.;파인;을 하게 된 것은 아버지들의 세대에는 ;그때는 도둑들도 열심히 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자신은 바깥에서 나쁜 일을 하지만 집에서는 엄하고 바른 부모역할을 했을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아직 산업화 시대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지금도 부모들이 밤잠 못자고 일해서 자식들을 공부시킨다. 그들의 자녀들도 자라서 똑같이 돈 벌어 자녀를 키운다. 세상 모든 것 가운데 결국 돈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가장 우선시된 것은 경제개발이 주도한 시대 때문이라고 본다. 문화라는 것은 우리가 잘살게 되고 나서 그 다음에 소급해서 취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웠을 때는 어려웠을 때 나름의 문화적인 혜택을 받아야 된다. 사람은 삶, 생존, 문화가 적절하게 함께 가줘야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아버지 세대에는 일단 나라를 강하게 부자로 만드는 데 생을 허비하고 책 한 권, 영화 한편 볼 여유 없이 살았다. 그렇게 돈에 얽매여있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렸다.사실 백 권의 책을 쓰기 위해 만 가지의 아이디어를 가질 필요는 없다. 자기 사고체계만 확실하게 잡혀 있으면 자기 삶에서 인생의 결 하나를 빼내 이야기하면 된다.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창작자는 별로 만나본 적이 없다.;미생;의 장그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인물이다. 미생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나?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 메시지를 주는 것까지 생각할 순 없었다. 처음 회사의 제안으로 연재, 작품계약을 하고 나서 많이 후회했다. 회사원들은 나보다 훨씬 많이 배운 분들이고 그들의 세계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회사취재도 전혀 되질 않았다. 작품을 하는 동안 ;지옥을 맛보게 되는구나;라고 각오했다. 그러나 테마를 잡고나서 보니 직장인들의 삶과 우리의 삶의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들렀다 나오는 것, 일을 잘하고 싶어하거나 일에 치이는 것 등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 ;회사원들이나 창작자들이나 30, 40대가 되면 다들 살아가는게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 교훈을 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남들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행위를 보면서 자기를 반성하기도 하는 것처럼 ;만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목격하게 만들자; 하는 생각을 했다.사소해보이는 일상에서 거대한 역사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폭이 넓다. 머리속이 아이디어로 가득차보인다. 독서를 통한 간접경험에서부터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작품이 나오기까지 고민의 과정이 적잖았을텐데. 어찌보면 부정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애써 다루는 이유는?대학은 안 갔지만 만일 들어갔다면 88학번이었을 거다. 아무래도 그때를 살았던 사람들의 시대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민주화 과정의 정치상황, IMF, IT발전 등 격변하는 현재 상황까지 사회에서 자기를 빼고 생각할 수가 없는 존재들이다. 특별히 사회적인 발언을 하기 위해서 그런 작품을 한 것이 아니라 보고 자란 것이 그것밖에 없어서이다. 무거운 주제를 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아이디어가 거기에서만 나온다. 일종의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다른 것을 하기에는 죄의식이 생긴다. 행복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마음 놓고 하기에는 ;내가 이래도 되나; 싶다. 젊은 웹툰작가들처럼 할 수 없을 것 같다.'인천상륙작전'을 보면 도강파와 잔류파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교과서에도 없는 우리 역사의 아픈 부분이다. 감추고 싶은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어떤 교훈을 주고 싶었는가. 강준만 교수의 책과 국사편찬위원회의 연감을 작품의 기본으로 삼았다. 강준만 교수 같은 분의 책은 원래 읽던 사람만 보게 되는 것 같아 불만스러웠다. 만화를 보는 사람들, 젊은 독자들한테도 만화를 통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국사편찬위원회의 연감의 경우 하루에 있었던 역사적인 일들이 매일 나온다. 자료를 보면 도강파 외에도 역사적으로 중요한 일이 너무나 많아 어떤 것을 선택할지 많이 고민했다. 역사교과서도 결국 어떤 사관으로 보느냐에 따라 무엇을 취할지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역사교과서 만드는 사람들이 그런 면에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교과서에서 잘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다. 이 작품은 만화라고 생각하고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픽션은 사실관계를 도우려고 넣은 도구에 불과했다. 작품 속의 나레이션, 역사적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노숙생활 등 많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겪으셨다. 과거에 가장 잊을 수 없는 힘든 순간이 있다면? 사실 노숙생활은 안 어려웠다. 예전에는 늘 허탈감 같은 걸 갖고 살았는데 결혼 뒤 가정을 꾸리고 자녀가 생기면서 행복을 느낀 후에는 아이디어가 잘 나오질 않았다. 항상 부정적인 에너지로 창작을 하다가 갑자기 긍정적인 감정이 채워지니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그 상태를 잘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이끼;를 하기 전까지 그런 슬럼프를 삼사 년 동안 겪었다.▲ 미디어적인 효과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웹툰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윤태호 작가.한국에서는 만화가 인터넷으로 진출, 웹툰으로 발전했다. 반면에 미국은 마블 코믹스 같은 만화출판사에 소개된 작품이 헐리우드 영화로 제작되고 인기를 얻는다. 웹툰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시나? 웹툰의 매력은 무엇인가?책은 일단 불편하다. 들고 다녀야 하고 서점에서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하지만 웹툰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만화만을 보기 위한 도구가 아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어 편리하다.또, 웹툰은 남이 어떻게 봤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피드백으로 독자의 반응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출판 만화, 예를 들어 잡지 만화의 경우 피드백을 알려면 최소 3개월은 걸린다. 독자 입장에서도 만화책을 사보는 과정이 귀찮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웹툰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고 더 편리해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처럼 정지된 만화그림을 웹상으로 떼어다 붙인 것이 아니라 온갖 멀티미디어가 다 융합된 형식이 될 것 같다. 영화 ;아바타;를 생각해보라. 어디까지가 영화이고 애니메이션인지 구분이 안 간다. 그런 식으로 융합될 것 같다. 만화와 영상, 음향효과 등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 같다. 많은 미디어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가서 보다 편리해지고, 단순히 만화를 보는 것이 아닌 ;흥미로운 어떤 콘텐츠;를 만들게 될 것 같다.솔직히 웹툰으로 올 때 ;나는 만화를 출판만 하지; 같은 신념은 없었다. 얼마든지 변용이 가능할 수 있고 그것이 온라인 콘텐츠의 매력이라고 본다. 제일 큰 매력은 국경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이끼;가 미국 허핑턴 포스트를 통해 미국 독자들을 만나게 된 것도 마찬가지이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 변화하는 것들에 대해서 경계심이 덜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윤태호 작가는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먼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만화가는 역사, 사회적 배경, 인물,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정통해야 할 것 같다. 만화가가 되려면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지망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주시겠는가?자신의 한계와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창작이든 무슨 일이든 다 해당된다. 자신을 잘 파악해서 장점을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면 된다. 내 경우는 캐릭터에 대한 연감, 자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장점이다. 만화가 같은 창작자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책을 더 못 읽는 경우가 많다. 연재하는 작가들은 더욱 그렇다. 시간 나면 잠부터 자야 한다. 지금도 3일째 못 자고 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간접경험도 떨어진다. 내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물 연구를 위해 캐릭터마다 분야를 나누고 개성과 한계를 부여한다. 인물마다 한계와 개성을 정하면 독자는 인물에 공감하게 된다. 자기들처럼 한계에 부딪치고 갈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을 알게 되면 방법이 나온다.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고 단정지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살려야 한다. 그렇게 자기를 돌아보고 파악해서 들여다보기 위한 도구가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공부를 게을리 한 사람은 자신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자기 자신을 살펴보는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만화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하다. 만화의 창조작업이 사회에 어떻게 공헌할 수 있을까? 만화는 없어도 된다. 지구에 만화가 없다고 해서 인류에 피해가 가진 않을 것이다. 거시적으로 만화를 이야기해본 적은 없지만 나에게는 가장 잘 할 줄 아는 일이다. 사회 공헌에 대해 작은 바람은 제가 하는 만화가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내 보람이 내 만화를 본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내 에너지, 만화로 얻는 성취감이 독자들에게도 다른 차원의 성취감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욕망이 있다. 꼭 만화가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누구나 그럴 것이다. 제가 하는 일이 그렇게 되길 바란다.만화의 창조력과 관련, 만화와 순수문학 같은 원천 콘텐츠 창작분야에 대한 지원정책도 중요하다고 본다. 만화나 순수문학 같은 분야는 게임, 영화, 캐릭터, 애니메이션 분야에 비해 수익이나 실적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영화 등의 분야는 이런 원천창작물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보다 원천 창작분야에 대한 육성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에 대해 정부가 앞으로 일관성, 연속성 있는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아울러 시장질서나 제도적인 부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일에 나서주길 바란다.지금까지의 작품 중에 최고의 작품, 또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로망스;를 들고 싶다. 2002년에 신문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제목은 ;늙음을 잊다;는 의미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사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이야기를 토대로 했다.아직 다루지 않았지만 꼭 해보고 싶은 주제나 분야의 작품은? 미생 2편 제작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하려고 하는데 취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또 다른 지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아이디어를 쌓아놓고 창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을 작품으로 만들려고 한다.윤소정 코리아넷 기자사진 전한, 누룩미디어, TvNarete@korea.kr▲ 웹툰 ;미생;(위)은 지난 해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작품은 현재 중국, 일본, 미국, 남미 등 40여 개국에 수출됐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치는 스릴러 ;이끼;도 온라인상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고 이후 영화로 만들어졌다.▲ 광복 이후부터 6.25전쟁까지의 한국 역사를 그린;인천상륙작전;. 최근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윤태호 작가의 사인과 캐리커처 2015.08.12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