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로 승부한 감 농부 김종옥
직사각형 모퉁이를 깎아낸 붉은색 팔각 상자. 상자에는 '자연의 뜰'이라고 적혀 있다. 상자를 열면 반지르르 윤기 나는 주황색 단감이 열 개쯤. 한 알 꺼내보니 성인 남자 주먹보다도 굵겠다. 껍질을 깎아 한입 베어 물면 사각, 시원한 단물이 입안에 고인다."왜 단감은 사과처럼 팔지 않을까, 생각했죠." 수확철이라 한창 바쁜 시기, 저장고에서 수확한 단감을 분류하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던 '자연의 뜰' 김종옥 대표는 감 브랜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그렇게 설명했다. "굵고 빨갛게 잘 익은 사과는 상자에 포장해서 선물로 보내고 값도 잘 받는데, 단감은 기껏해야 비닐봉지에 줄 맞춰 넣어 팔고 돈도 얼마 못 받지 않습니까? 단감은 싸구려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요. 그 인식을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남 구례의 감 과수원에서는 수확이 한창이었다. 단감을 재배하는 농부이자 '자연의 뜰' 브랜드와 온라인몰 대표이기도 한 김종옥은 단감도 사과처럼 고급스러운 선물용 과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고 했다.껍질을 깎아먹고, 과자처럼 말려 먹고, 또 디저트 푸딩처럼 떠 먹는 감은 한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에서 즐겨 먹는 겨울철 과일이다. 그런데 겨울철 쉽게 볼 수 있다는 친숙함 때문일까? 김종옥의 말대로 비싸고 고급스러운 선물용 과일바구니에서 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김종옥은 세간의 선입견을 깨고 '자연의 뜰'이라는 감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리고 맛 좋고 품질 좋은 감을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내놓았다.물론 사람들의 인식이 포장 하나로 바뀌지는 않을 터. "일단 크고 예쁘고 단 감을 만들어야겠다 했어요. 크기가 작고 표면이 거칠면 상품 가치가 없어요." 김종옥은 감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먼저 그는 태추라는 새로운 품종을 재배해 맛을 높였다. 태추는 수확시기가 빨라 10월 중순부터 시장에 나오는 품종이다. 보통 11월 말쯤 시장에 나오는 단감보다 껍질이 얇고 수분 함량이 높아 사각사각 씹히는 것이 특징. "태추가 사각사각해서 껍질째 먹을 수도 있고 요즘 젊은 사람들 입맛에도 잘 맞을 것 같더라고."▲ 작업장을 겸한 전남 구례 '자연의 뜰' 저장고에서는 수확한 단감을 숙성하고 주문 배송분을 포장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직원들 외에도 김종옥의 가족들이 전부 나서서 일을 거들고 있었다.다음으로 감이 크게 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나무를 크게 키우려면 뿌리가 잘 자라야 하는데, 우리나라 땅이 단단해요. 뿌리를 더 넓고 깊게 자리잡게 하려고 굴삭기로 과수원 땅을 한번 갈아 엎었죠." 뿌리가 잘 자리잡고 자라려면 호흡도 중요하다. "보통 뿌리를 심을 때 60cm 정도가 일반적이에요. 나는 더 깊이 80cm까지 심었어. 그 다음에 70cm 쯤에 공기통도 심었어요. 뿌리가 숨을 쉬라고."이렇게 키운 '자연의 뜰' 단감은 당도가 평균 17브릭스라고. 보편적인 단감 당도가 14.5브릭스이고 0.5브릭스 차이면 혀로 당도를 분간할 수 있다고 하니, 브릭스라는 단위는 생소해도 '자연의 뜰' 단감이 얼마나 단 지는 짐작이 된다. 그러니 19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 단감 부문에 다시 출품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김종옥의 단감은 2011년 과실대전 당시 감 부문 은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11년 대한민국 과실대전에서 수상을 하는 등 품질을 인정받은 '자연의 뜰' 단감. 이제는 소비자 입소문과 온라인몰 직접 판매를 통해 성공적인 단감 브랜드로 정착하고 있다.김종옥의 단감을 알아보는 것은 업계만이 아니다. 당장 '자연의 뜰' 단감 주문이 해마다 속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소비자들도 그 맛과 품질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김종옥의 과수원에서 한해 생산되는 감은 약 40만개. 기업체에서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물량도 많지만, 선물받아 감을 먹어 본 사람들이 직접 주문을 하는가 하면, 이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선물해주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문 '직구'도 많다. 이렇게 소비자가 농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물량만 해도 1년에 30,000상자. 우체국과 배송 계약을 한 덕에 빠르면 주문 바로 다음날 전국 각지에서 감을 받아볼 수 있어 소비자들이 더욱 반긴다. 실제 구례에 오후에 주문이 들어가면 다음날 오전 서울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전화 구매가 더 많지만 앞으로는 젊은 소비자들을 위한 온라인 판매도 더욱 확대할 예정.▲ 김종옥 대표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종옥감'을 내놓았다. 과수원을 둘러보며 그는 '크고 예쁘고 맛있는' 감을 만들어낸 과정을 열성적으로 설명했다.그러나 소비자들과 업계의 품질 인증에도 김종옥은 안주하지 않는다. 새로운 감 품종을 내놓았으니, 이름하여 '종옥감'이다. 자신의 이름을 딴 감이라니, 단감 농사 노하우를 집약하여 키워낸 최고 단감 품종일까? '종옥감'은 짐작과는 달리 '자연의 뜰'에서 잘 팔리는 단감이 아니라 홍시로 먹는 떫은 감이다. 잘 나가는 단감 대신 왜 떫은 감을? "크고 예쁘죠. 장식으로 써도 돼. 색깔도 예쁘고 저장성도 좋거든." 위아래가 살짝 눌린 공 같은 단감과는 달리 하트 모양으로 끝이 뾰족한 모양이 예쁘기는 하다. 그러니까 '종옥감'은 크고 예쁜 감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과 고민의 과정에서 자연히 생겨난 산물인 셈.▲ 동아시아에서 가을 겨울 즐겨 먹는 감. 납작하고 둥글고 단단한 단감은 껍질을 깎아 과육을 먹고, 길쭉한 하트 모양의 떫은 감은 완전히 물러질 때까지 익혔다가 푸딩처럼 숟가락으로 떠 먹는다.수정이 잘 되라고 직접 벌을 길러 꽃가루를 묻히는가 하면, 아직 시판되고 있지는 않지만 영양분 많은 감꽃을 버리는 것이 아쉬워 감꽃을 말려 덖음차를 만들기도 한다. 감 농사 사이사이 콩 농사도 지었지만 이제 콩 농사는 더는 짓지 않겠다고. 내년부터는 과수원을 지금의 7,000평에서 10,000평으로 늘리고 태추 단감 재배량도 확대할 계획. 그야말로 감에 '올 인'이다.장여정 코리아넷기자사진 전한 코리아넷기자icchang@korea.kr 201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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