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국 팝음악에서 벗어나 진화한 K팝
K팝 초창기에 한국의 음악가들은 영미권 대중음악에 길들여져 그들의 발자국만 쫓는다고 종종 비난받곤 했다. 소위 ;K팝 1세대;로 불리는 걸그룹이나 밴드 등은 1990년대 이후에 출현했다. 그 당시에는 엔 싱크(NSync)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서양 가수들이 순위를 다투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다.2000년대 초, 한국의 음악 제작자들은 서양의 팝음악에서 파생된 것처럼 팝음악의 선율에 알앤비 (R&B, 리듬 앤 블루스) 풍을 섞은 영국이나 미국 팝음악 같은 사운드를 추구했다.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K팝의 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많은 사람들이 K팝의 시각적인 매력을 폄하하기도 했다.▲ 팀 알퍼2013년 영국의 BBC 방송이 ;스타 제국의 9명의 뮤즈;이라는 제목의 특집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은 쉴새 없이 연습하고 소속사 대표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감수하는 일도 많다.소속사들은 연습생들의 춤연습과 무대 세팅, 메이크업, 의상에 수백만 불을 투자해 소속 가수들이 돋보이도록 한다. 그 결과 엑소, 소녀시대, 빅뱅 같은 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어 팬을 확보하고 있다.이러한 까닭에 일부 평론가들은 K팝이 시각적인 생산물(visual product)에 불과하며 음악적인 가치가 부족하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슈퍼 제작자(superproducer)의 등장과 함께 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울러 ;K팝만의 음악적인 현상(musical phenomenon in its own right);이 나타났다.이러한 제작자들로 신사동 호랑이, 용감한 형제, 이단옆차기, 스윗튠 등을 들 수 있다. 점점 많은 소속사들이 이들에게 눈을 돌려 노래, 가사, 연출이 모두 포함된 음악 패키지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오늘날 K팝이 현재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덕분에 이 제작자들은 돈으로 살수 있는 최고의 장비를 구입할 수도 있게 됐다. 스튜디오, 한국의 각종 설비와 장비, 음악 소프트웨어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호화롭다. 이들은 세계 각지를 다닌 경험과 뭐든 배우려는 자세를 지녔으며 주로 30대 중반이나 40대인 경우가 많고 자신의 음악적인 지평을 넓히고 보여주는 일에 열정적이다.원더걸스 같은 걸그룹의 가장 최근 곡 발표와 관련, 슈퍼 제작자이자 소속사 대표인 박진영은 원더걸스 멤버들에게 악기 연주만 배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는 원더걸스 멤버들에게 시몬스 전자 드럼 키트(Simmons SDS-V electric drumkit), 코르그 키보드(Korg RK-100S keytar)와 이에 맞는 스타인버거 시냅스 기타(Steinberger Synapse guitar), 베이스 기타 등 1980년대 초반에 제작되어 지금은 찾기 어려운 악기들을 장만해줬다.이렇게 세부적인 것까지 주의를 기울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박진영은 원더걸스가 최신 팝음악 트렌드가 아닌 다른 방향을 바라보도록 했다. 결국 원더걸스는 1980년대 신디사이저로 연주하는 팝음악, 라틴풍의 프리스타일 등 뉴욕과 런던의 음악무대를 한때 풍미했던 장르의 음악에 정착했다.신사동 호랑이도 음악 작업을 위해 과거로 돌아갔다. 그는 유리스믹스(Eurythmics), 펫샵 보이즈 및 자신이 제작한 달샤벳의 2014년 노래 ;비비비(B.B.B); 처럼 고전적인 영국 신디사이저 팝음악을 부활시켰다.음악 프로듀싱 팀 스윗튠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초에 성장한 대중가요 작곡가들로 구성됐다. 스윗튠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자신들이 어릴 때 듣던 댄스 음악에 파고 들었다. 그 결과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디스코 풍의 모던 팝음악이 만들어졌다. 이들의 음악은 신디사이저와 베이스 기타 비트가 융합된 멜로디에 연출된 알앤비 풍의 보컬이 특징이다. 나인 뮤지스(Nine Muses)의 2013년 노래 ;프리마 돈나(Prima Donna);에는 이 같은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한국 제작자들이 혁신적으로 되살린 것은 1980년대 팝과 디스코 음악이 전부가 아니다. 용감한 형제의 최신 프로젝트 그룹 원펀치(1Punch)는 1990년대 밴드와 겉보기에도 비슷할 뿐만 아니라 노래도 비슷하게 하고자 노력한다. 원펀치는 엘엘 쿨제이(LL Cool J), 덕 이 플래시(Doug E Fresh),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 뉴 잭 스윙(New Jack Swing) 같은 같은 미국 초기 힙합스타일 음악에서 가사를 종종 차용한다.어떤 제작자들은 복고풍의 주제를 뒤로 하고 전자음악의 세계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2015년 2월 인터넷 사용자들은 포미닛(4MINUTE)의 노래 ;미쳐(Crazy);가 호주의 나이프 파티(Knife Party)의 음악을 표절했다고 비난했다.하지만 나이프 파티의 롭 스와이어(Rob Swire)는 ;미쳐;를 만든 제작자가 나이프 파티의 음악을 참고해서 작곡했을 수도 있다며 그런 의혹을 부인했다.롭 스와이어의 말은 K팝이 얼마나 멀리 나아갔는지를 잘 보여준다. K팝 제작자들이 서구의 인기팝음악을 단순 모방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그들은 이제 과거에 잊혀진 댄스 장르에 주목하며 지구 최고의 전자음악 DJ들로부터 단서를 얻고 있다.한국에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클럽 댄스 DJ가 없다. 따라서 앞으로 K팝 작곡가들은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전자 음악을 찾아봐야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K팝의 세계적인 인기와 상업적인 성공가능성 덕분에 슈퍼프로듀서들은 동시대의 영미 음악 트렌드에서 탈피할 능력을 가질 수도 있다. 오늘날 서양의 팝음악이 침체를 거듭하는 것을 감안하면 K팝이 모든 것을 다 역전시킬 지도 모른다.(팀 알퍼, 작가 및 칼럼니스트. 번역 윤소정) 20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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