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인기 잇는 모바일 컨텐츠 '웹소설'
월요일 아침 출근길 지하철. 인파 사이에서 간신히 한 팔을 움직일 공간을 확보한 직장인 김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든다. 무협 웹소설 '패왕연가'를 읽기 위해서다. 추리소설 등 원래 장르소설을 즐겨 읽던 김씨는 우연히 웹소설을 접한 이후부터는 출퇴근길에 책 대신 모바일로 웹소설을 읽는다.2016년 서울 지하철 풍속도를 그린다면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승객들과 화면에 뜬 웹툰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이제 여기에 '웹소설' 읽는 승객도 가세할 것 같다.▲ '네이버 웹소설' 페이지.인터넷 소설, 웹소설로 안착하다전자책이 아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웹소설'은 웹으로 발행하고 웹으로 읽는 소설이다.형식은 과거의 신문 연재 소설과 비슷하다. 독자들이 평균 5~10분 내로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을 '연재'한다. 발행되는 매체만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다.물론 인터넷 연재 소설은 이전에도 있었다.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그 놈은 멋있었다'의 귀여니 등은 인터넷에서 연재를 하다 소설을 책으로 펴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출간 외에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와 불법 복제 문제로 인터넷 소설 붐은 시들해졌다스마트폰 시대의 '웹소설'은 다르다. 모바일 화면에 적합한 화면구성, 무료 연재, 지난 에피소드 유료화 등 웹툰의 성공 이후 웹툰 플랫폼을 차용한 인터넷 소설은 '웹소설'로 탈바꿈했다.작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웹소설 역시 웹툰처럼 요일제로 주1~2회 발행된다. 판타지, 로맨스, 무협, SF, 미스테리 등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도 웹툰과 비슷하다. 신선한 소재, 무한한 상상력과 대중성이 웹툰의 강점인 것처럼, 웹소설 역시 기존의 출판소설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장르의 대중적인 작품들 위주다. 편당 분량과 구성도 모바일에 맞게 바뀌었고, 미리보기를 통한 유료 서비스로 작가는 연재 중에도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웹소설, 웹툰 성공전철 밟을까 15일 네이버는 웹소설 출시 3주년을 맞아 이용자 현황을 공개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네이버 웹소설을 방문한 독자는 500만 이상으로, 출시 첫 해 평균에 비해 53% 증가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정식 연재된 작품의 누적 조회수는 약 18억건. 작품당으로는 1,497만 건이다. 3년간 네이버 웹소설 누적 조회수는 약 95억건에 달한다.출판업계 일각에서는 한국만화가 몰락하던 즈음 웹툰이 등장해 시장을 견인했던 것처럼, 웹소설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웹소설 문학성이 수준 미달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수익구조가 안정된 시장이 확대되면 좋은 작가의 유입과 수준 상향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이다.이러한 업계의 기대를 반영하듯, 이미 출간된 책이 웹소설로 재편집을 거쳐 출간되기도 했다.12년간 35쇄를 찍은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집 '청춘의 문장들'이나 최근 개봉한 영화의 원작 '조선마술사'가 일례다. 기존의 전자책과는 다르다. 김연수의 이 스테디셀러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서 장(章)별로 판매되며, 화면 구성도 모바일용으로 재편집됐다. '조선마술사'의 경우 내용까지 편집했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도입부를 아예 통째로 삭제한 것인데, 즉각적인 몰입이 필요한 모바일 독자들의 특성을 감안해서다.▲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는 네이버 웹소설 '구르미 그린 달빛'의 게재 페이지.웹툰과 마찬가지로 웹소설의 영화∙드라마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카카오페이지 연재작이었던 '올드맨'은 2014년 '미스터 백'으로 드라마화됐다. 네이버 웹소설에 연재된 '뱀파이어의 꽃'은 웹드라마로 제작돼 네이버 TV캐스트에 방영됐다. 윤이수 작가의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드라마화가 예정돼 있다.중고교생 독자가 위주인 별볼일 없는 무료 만화라는 인식을 뒤집고 하나의 대중문화 장르이자 산업으로 자리잡은 웹툰처럼, 유치한 장르소설이라는 인식을 뒤집고 웹소설이 새로운 대중문화 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장여정 코리아넷 기자사진 '네이버 웹소설' 화면 캡쳐icchang@korea.kr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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