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긍정, ‘왜냐고 묻지 않는 삶’
인간은 매 순간;왜;라는 물음을 수없이 반복한다.불행이 닥치거나 혹은 큰 행운이 다가왔을 때, ;왜;라는 물음은 삶의 큰 방향을 좌우할 수도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신체적 장애와 싸워야만 한다면, 두 다리로 중심잡고 걷기도, 손과 발, 입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누군가의 도움이 늘 필요하다면, ;왜;라는 물음은 삶과 존재 자체에 대한 회의와 비관이 될 수도 있다.알렉상드르 졸리앙(Alexandre Jollien, 법명 혜천(慧泉))의 경우는 달랐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졸리앙은 탯줄이 목에 감긴 채 질식사 직전에 태어나 후유증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신체적 장애와의 싸움 속에서 그는 존재에 대한 탐구와 성찰, 철학 연구에 몰두했다. 아울러 끊임없이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부대끼는 경험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하며 반성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깨달음의 과정을 반복했다.▲ 스위스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앙.;왜냐고 묻지 않는 삶(Vivre Sans Pourquoi 2015);은 졸리앙이 추구하는 삶을 한마디로 축약한 말이자 그러한 삶의 실천 방법에 관한 에세이이다. 그는 유럽에서 잘 알려진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의 저자이나 부와 명성, 바쁜 생활을 뒤로 하고 ;진실로 내려놓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가족과 2013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 책은 그가 서울에 살며 느낀 사색과 삶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왜냐고 묻지 않는 삶;은 나에 대해 남들이 하는 말과 생각, 시선 등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것,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 삶의 방식은 체념이 아니라 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며 타인에 대한 조건 없는 사랑을 행하는 것이다. 졸리앙은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란 모든 생각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며 ;나중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왜냐고 묻지 않는 삶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보다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고, 남에게 헌신하는 것이며, 이 고통의 바다에 사랑과 기쁨을 조금이나마 보태려 애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졸리앙은 에세이;왜냐고 묻지 않는 삶;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삶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그가 말한;고통의 바다;에는 끊임없는 신체적 장애와의 싸움도 포함된다. 그는 서울에 온 뒤 전보다 더 건강해지고 있다며 그 비결로 ;치유되려는 생각으로부터의 치유;를 꼽았다. 졸리앙은 ;나는 장애인이고, 그건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며 장애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는;나를 치유해주는 것이 의사가 아니라며; ;진정한 건강은 자신의 허약함, 질병, 온갖 상처들을 버텨나가는 가운데 얻어진다;고 밝혔다.삶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려면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하며 이를 위해 관조(觀照)의 수행이 필요하다. 졸리앙에게 한국은 수행의 공간이다. 그는 서울의 번화가 한복판, 지저분한 뒷골목, 허름한 여관, 대중 목욕탕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명상과 사색을 실천했으며 특히 목욕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관조(觀照)한다는 것은 나 없는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라며 목욕탕 탈의실에서 옷을 다 벗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과 탐욕에서 벗어나 발가벗고 나아가 신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한다.▲ 졸리앙은 유럽에서 얻은 명성과 바쁜 삶을 뒤로 하고 서울에 살며 사색과 수행을 실천하고 있다.그가 말하는;수행;은 모든 구도자의 자기 수양과 성찰이며 종교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졸리앙은 자신을 ;선(禪)을 수행하는 기독교인;이라며 기독교나 불교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는 ;부처님을 따르는 사람과 기독교인은 손에 손을 잡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같은 오솔길을 언제든지 동행할 수 있다;며 ;드높은 산정을 향해 함께 걸어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삶의 행복이다. 졸리앙은 ;행복이란 무얼 더 얹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상태를 잘라내고 덜어내서 단순화하는 것이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잡아내 발가벗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없이 빈둥대지 말고 시련에 의연히 맞서나가는 것;, ;무슨 대단한 걸 시도하기보다는 아무리 시시해 보여도 열정을 갖고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행복에 이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작가 소개]졸리앙은 23세에 쓴 첫 책 약자의 찬가;(1999)를 비롯, ;인간이라는 직업; (2001), ;자아의 구성; (2006),;;벌거벗은 철학;, ;고마워요 철학 부인; (2010),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2011) 등을 통해 신체적 장애에 굴복되지 않는 삶을 강조했다. 특히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프랑스 아마존 3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독자들은 그가 육체적 조건을 극복하고 거둔 승리, 삶에 관한 진솔한 생각에 공감했다. 그는 ;행복전도사; 로 통하며 전 유럽을 순회하며 방송과 강연 활동을 왕성히 했다.▲ 졸리앙은 활발한 저술활동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사는 방법에 대해 말해왔다. ;약자의 찬가;(1999), ;인간이라는 직업;(2001),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2011), ;고마워요 철학부인; (2010) 등 한국에 소개된 그의 책.윤소정 코리아넷 기자사진 인터하우스arete@korea.kr
201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