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6.06.24
유학
한국에 온 지 13년째가 되어 가고 있다. 처음에 어학연수로 왔다가 대학원까지 입학하게 되었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러다가 13년이 물 흐르듯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유학으로 생각했던 일이 어느덧 유학이 아닌 이민 수준으로 바뀌어 버린 느낌이다. 이렇게 타지에 오래 살면서 같은 상황의 친구들을 많이 봤다.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귀화하고 한국에서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 어쨌든 시발점은 다 똑같다. 바로 유학이다.
▲ 일리야 벨랴코프(Ilya Belyakov)
내가 13년 동안 고향이 아닌 다른 나라에 삶으로 인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유학이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학은 매일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은 아마도 문화 차이나 사고 방식 차이와 같은 큰 범위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유학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이렇게 크게 시작할 필요조차도 없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기하게도 작은 것부터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여기 사람들은 빨래를 어떻게 하지? 빨래를 어떻게 말리지? 밖에서 말리나, 방 안에서 말리나?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지? 부모님 집에서 편하게 자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갑자기 눈 앞에 무섭게 다가온다. 정말 사소하고 의미 없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 유학을 경험해 본 사람이면 무슨 말인지 공감할 것이다.
나는 한국 생활 초기에 서울 버스를 엄청 많이 무서워했다. 서울 안에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도 무조건 지하철을 타고 다니곤 했다. 버스 노선도 머리 깨지게 복잡한 데다가 버스 안에서 돈을 내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버스비가 7백 원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천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거스름돈을 받는 방법, 운전기사 아저씨에게서 직접 받는 건지, 기사 아저씨 옆에 있는 무서운 기계에서 받는 건지… 한국에 온 새내기 외국인이라서 한국말도 서툴고 내 걱정 설명을 잘 할 자신조차 없었다. 지금은 생각해 보면 별 문제도 아닌 사소한 일이지만 그때는 혼자서 해결하기에 불가한 문제처럼 보였다.
위와 같은 여러 모로 어려웠던 점 때문에 유학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를 정말 많이 봤다. 내가 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지를 진심으로 화 내면서 다시 모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씩 공항으로 보낼 때마다 유학이 참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놀라워하면서 말이다. 유학은 모두에게 걸맞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때 깨달은 것 같다. 유학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면서 외국에서 마음 편하게 놀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가장 힘든 인생의 도전이 되는 법이다.
유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 보면 나오는 말 중에서 아마도 제일 많이 쓰이는 말이 바로 '힘들다'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통법 익숙하기, 빨래 하기, 쓰레기 정리와 같은 일상의 문제 해결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른 언어로 정부 기관에서 행정적인 절차를 처리, 취업하기, 사고 방식 차이로 인한 사회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등이 유학생을 괴롭히게 하는 문제들이다. 이것이 다 쉬운 것들이라고 나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떨 때는 해결하기 불가한 문제도 있다. 그러나 유학을 왜 가야 하냐는 질문에는 나는 항상 꼭 가야 한다고 대답한다. 유학 경험해 본 사람과 안 해 본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유학은 유학생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이 워낙 많지만 자신감을 심어 주는 역할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내가 익숙한, 즉 나의 모국인 문화를 벗어나 전혀 다른 문화, 사회, 언어에 자기 자신을 몰두하면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그 도전 극복으로 인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나중에는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든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든 비슷한 경험을 안 해 본 사람과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마인드가 조금 더 열린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어려웠던 시절에 내가 다 혼자서 해 낼 수 있었던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도 힘을 많이 준다. 이제부터 어떤 어려운 상황에 닥치더라도 내가 다 이겨 낼 수 있다는 그 자신감은 정말 가치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역시 그렇다.
유학에 대한 로망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대부분 유학생들은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 신기하고 즐거움이 넘치는 해외로 떠나면 나의 인생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유학의 즐거운 면도 없지는 않지만 힘들고 괴로운 점이 훨씬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마음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쓴 일리야 벨랴코프씨는 러시아 출신 방송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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