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6.01.18
안전은 대한민국의 매력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는 바로 한국의 치안이다. 외국인 누구를 물어보면 다른 건 몰라도 한국이 아주 안전하다고들 한결 같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한국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할 때 답들이 엇갈린다. 통계자료를 보면 실제로 대한민국이 안전하다고 느끼냐는 질문에 한국인 응답자 절반 이상이 ‘아니다’라고 답한다. 과연 이런 차이가 왜 날까.
첫 번째이자 가장 명백한 이유는 바로 ‘안전’의 정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한국인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다르다는 뜻이다. 날이 어두워진 이후에 밤길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외출을 자제하는 대부분 러시아나 미국사람들에게는 새벽1시까지 한국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한국 국민들의 모습 자체가 신기할 수밖에 없다. 나는 집보다 카페에서 앉아서 일하는 편이다. 장시간 동안 카페에서 앉으면서 화장실 가거나 잠시 통화하러 밖으로 나가서 카페 안에 남은 노트북이나 개인 소지품에 대한 걱정이 전혀 안 든다. 러시아 같으면 화장실 잠깐 갔다 온다고 테이블 위에 핸드폰 그냥 두고 가는 것은 상상이 어려운 일이다. 우리 어머니도 한국에 놀러 오셨을 때 이 점을 많이 언급하셨다.
▲ 일리야 벨랴코프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범죄가 안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뉴스를 보면 범죄나 법 위반에 대한 뉴스가 절반 이상이다. 재정 횡령, 비리 문제, 부패 스캔들, 부동산 사기, 보이스 피싱, 계속적인 교통규칙 위반 등에 대한 보도는 끊임 없이 나온다. 한국사람들은 이런 뉴스를 듣고 한국이 안전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건 어떻게 보면 많이 틀린 생각도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안전하다는 컨셉을 좀 다르게 이해한다. 사기 전화에 낚여서 돈을 잃은 건 안 좋은 일이긴 하나 본인의 상식(common sense)을 이용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살인, 성폭행, 도둑 등과 중대범죄들이 사람 몸에 직접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다시 통계를 살펴 보면 한국에서 길거리에서 총에 맞을 수 있는 확률은 번개가 같은 곳에 두 번 이상 칠 수 있는 확률보다 낮다고 신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확률 수치로 따지면 미국과 100배 넘는 차이다. 총에 맞아 바로 죽을 수 있는 특정한 도시 동네를 피하는 미국인이면 이런 한국에 와서 정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에 살면서 여러 가지 경험이 다 있었다. 도둑질 당해서 소지품을 잃은 적도 있었는데 반해, 소지품을 잃어버려서 내 소지품을 찾아 주고 다시 나에게 돌려 주는 아주 친절한 태도도 만난 적도 있었다. 여행도 많이 돌아 다녔는데 한국만큼 안전하다고 느껴진 나라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경범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외국사람들은 한국이 안전하다고 느낀 이유가 뭘까.
범죄 철학을 분석해 보면 범죄를 저지르는 이유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은 심리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추후에 벌이 안 따라오는 확률까지 계산해서 리스크를 한다고 연구 결과가 나온 적 있다. 그 벌은 법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혹은 사회적인 면도 아주 중요하다. 내가 불법행위를 하게 되면 나에게 돌아오는 법적인 벌의 타당성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같은 경우에 법은 엄청 엄격하지만 사회의 압박이 그닥 심하다고 할 수 없다. 경범죄는 더욱 더 그렇다. 도둑질이나 강도 행위는 일반적으로 물론 안 좋다고 보지만 충분히 용서가 될 만한 부정 행위라고 러시아 사람들의 보편적인 생각이다. 이에 대한 역사적인 또는 사회적인 이유가 있지만 결국은 그렇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사회 속에서 인간 관계가 아주 밀접하고 강하다 보니 불법 행위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 법도 법이지만 사회 시선이 더 두렵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내가 처음에 한국에 와서 뉴스를 보면서 신기했던 것은 바로 범죄자의 얼굴을 모자이크로 처리하는 것이었다. 그때는 왜 그래야 하는지를 전혀 이해가 안 갔다. 러시아 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범죄자의 신분이 무조건 공개인데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살다 보니 왜 그래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좁디 좁은 대한민국 땅에 건너 건너 서로 다 아는 국민들이 이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공개가 되면 이 사람의 대한민국내의 삶이 끝난 셈이다. 범죄자라고 밝힌 사람의 집안도 말도 필요 없이 삶이 어려워진다.
뿌리 깊은 유교사상, 국민 의식, 요새 커지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거의 없었던 빈부 차이, 이 모든 것들은 이런 안전에 더한다. 영원히 변함 없는 건 없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한국 사회도 변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매력 중에 하나다.
이 글은 러시아 출신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씨가 직접 한국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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