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6.01.13
20년 무명가수, 이제 잘 나간다고 "전해라"
지난해 말부터 한국 사회에선 "전해라"는 말이 유행이다. 옛날 양반이 집안 일꾼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에나 썼을 법한 말 같은, 단호하게도 들리고 방자하게도 들리는 말이다. 한 마디로, "전해라"는 요즘 시대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는 말이다.
자칫 고루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유행어가 된 것은 바로 대중가요 '백세인생' 때문이다.
'백세인생'은 오십 대 가수 이애란에게서 20년이 넘는 무명의 세월을 단번에 지워준 노래다. 지난해 말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 노래는 특히 "전해라"를 반복하는 재치 있는 가사로 더욱 사랑을 받았다. 내용인즉슨, 인생의 마지막장에 이르러 저승사자가 찾아오면, 아직 젊고 할 일도 많으니 저승으로 "못 가겠다고 전해라"는 것이다.
▲ 지난 6일 '문화일보'에 실린 가수 이애란의 인터뷰. 오십 대가 되도록 무명가수로 살아왔던 이애란은 노래 '백세인생'으로 단번에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가사에서 반복되는 구절 "전해라"는 다양하게 패러디되어 유행어가 됐다.
노래가 처음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온라인에서였다. 이애란의 '백세인생' 방송 무대를 가사와 함께 캡쳐한 사진이 모바일 메신저에서 급속히 퍼져나가 화제가 된 것. 반복되는 가사 "전해라"의 예스럽지만 당당한 말투는 젊은 누리꾼들의 유머 코드를 관통했다. 출근하기 싫고 등교하기 싫은 누리꾼들은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노래하는 이애란의 사진으로 자신의 심경을 대변했다. 이애란의 '백세인생'은 이렇게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이애란은 처음 이 사진을 만들어 온라인에 공유한 대학생을 만나 감사를 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노래가 온라인의 반짝 화제거리로 그치지 않았던 것은 삶에 대한 애정이 배어나는 가사,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무명 생활과 가족의 투병으로 인한 어려움을 견디며 노래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애란의 인생사가 '백세 인생'에 깊이를 더했기 때문이었다.
노래가 인기를 끌며 이애란은 방송 및 신문 인터뷰 등을 통해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공개했다. 1990년 데뷔하자마자 인기 드라마의 OST를 부르게 된 신인가수는 장밋빛 대로를 꿈꿨지만, 삶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6년에야 자신의 이름으로 음반을 냈지만, 팔리지 않은 음반을 제 손으로 처분해야 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지만 이렇다 할 히트곡 하나 없는 무명가수가 넉넉한 생활이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막내 동생은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빚은 점점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있었다. "가수의 인생은 포기했지만, 노래는 버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무명으로 남아도 노래는 부르며 살겠다고 결심했어요."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가 포기하지 않았던 그 '노래'는 그에게 '가수'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 안겨주었다.
아직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찾아주는 곳이 많다는 것만으로 부자가 된 기분이라는 가수 이애란. "빨리 삶이 달라지길 바라진 않아요. 이미 25년을 기다려 왔는걸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 순간을 느끼고 싶어요."
'백세인생' 가사 전문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쓸만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말라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또 넘어간다
팔십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해라
구십 세에 저 제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또 왔냐고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있다 전해라
백오십에 저 제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극락세계 와 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모두 건강하게 살아가요
장여정 코리아넷 기자
icchang@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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