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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6.01.13

좁은 세상

내가 있는 대학교에 개원한 세종학당에서 몇 달 전 한국인 친구를 만났다. 그 동안 나는 부족한 지식을 통해서만 한국과 한국인들을 접하곤 했다. 한국 문화와 한국사람에 대한 약간의 조사를 했지만 수라바야의 세종학당 한국어 선생을 만나기 전까지는 한국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사실상 아는 것이 없었다. 그분으로부터 우리 모두는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우리는 가족에 대해 같은 가치를 공유한다. 전통적으로 타인과의 상호교감 면에서 인도네시아인이나 한국인들은 높은 위치의 사람이나 연장자, 교육 면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 사람들에 대해 존경심을 표현하고자 신경 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혼자 들지 않도록 돕는다. 젊은이들은 만원버스에서 나이 드신 분이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 앉아갈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한다. 비록 일부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는다 해도, 대부분 자리를 양보한다. 이 같은 행동은 어릴 때부터 일상 속에서 익힌 것이다. 또,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들은 가족 중심적이다. 이 말은 우리가 반드시 부모, 형제, 자매와 함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뜻은 아니다. 가족 중심적이라는 말은 서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며 함께 있고 싶어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가족과 서로의 관계를 감사하게 여기며 아낀다. 즉, 우리는 가족에게 헌신한다.

릴리엑 소엘리스티요

▲ 릴리엑 소엘리스티요

흥미로운 것은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들이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인들은 ‘협동’을 뜻하는 인도네시아어 ‘고통 로용(gotong-royong)’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같은 목표를 위해, 집단을 이롭게 하기 위해 함께 일한다. 예를 들어 매년 인도네시아 독립 기념일이 오기 며칠 전 사람들은 자신의 마을을 꾸미고 동네를 청소하며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함께 음식을 준비한다. 이 모든 일들을 위해 같이 협동한다. 이와 비슷한 개념이 한국인에게도 존재한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함께 일하는 문화를 ‘협동’이라고 말한다. 협동의 예는 수라바야의 세종학당에서 한글날 축하행사 기간에 찾아볼 수 있다. 세종학당 사람들은 한글날 행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준비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한글날 행사의 성공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참여한다. 이같은 협동 문화는 양국이 열심히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3년 국민들에게 “더 열심히, 더 열심히 일하자. 열심히 일해야 우리 아들, 딸들이 외국에 팔려갈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같은 슬로건을 제시한다. “일하자, 일하자, 일하자 (Work, work, work).”

마지막으로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들은 타인을 부를 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존대 한다(politeness). 인도네시아인들은 자신보다 높은 위치나 연장자의 사람에게 말할 때 다른 표현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들은 자신보다 높은 선생이나 공동체의 지도자에게 말할 때 절대로 ‘나’를 뜻하는 ‘아쿠(aku) ‘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신에 ‘나를’을 의미하는 뜻인 1인칭 목적어 ‘사야(saya)’라는 말을 쓴다. 나이든 사람에게 말할 때 이들은 절대로 ‘너’를 뜻하는 말 ‘카무(kamu)’를 쓰지 않는다. 대신에 같은 뜻이라도 훨씬 공손한 뜻을 지닌 말인 ‘안다(anda)’를 써야 한다. ‘카무(kamu)’는 상대방이 자신과 같은 위치이거나 나이가 더 어릴 때 쓴다. 이처럼 호칭의 표현은 소유에 대해 말할 때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내 책”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부쿠 사야(buku saya)” 혹은 “부쿠쿠(bukuku)”라고 말하며 그들은 “너의 책”이라는 의미로 “부쿠무(bukumu)” 혹은 “부쿠 안다(buku anda)”로, 어떤 상대방에게 말할 때에 따라 다르게 말한다. 이 같은 호칭은 어릴 때 익히게 된다. 인도네시아인 부모들은 자녀에게 반드시 연장자에 대해 공손하게 말하도록 가르친다. 비록 요즘 이 같은 호칭 교육이 서양에서 부모와 함께 생활한 일부 어린이들에게 는 적용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처럼 인도네시아어와 비슷한 존칭이 한국어에서도 존재한다. 한국인들도 명망있는 사람이나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상대에게 말할 때 다른 존칭을 사용한다. 한국인 들은 ‘나’를 뜻하는 말이지만 자신을 낮추는 공손한 표현인 ‘저’를 사용할 것이다. 또, 상대방에 대한 존칭의 표현으로 ‘너’가 아닌 ‘당신’을 쓸 것이다. 한국인들도 이 같은 공손한 표현을 세대에 걸쳐 위세대로부터 배웠을 것이라고 믿는다.

결론적으로, 계절과 지질학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인과 한국인들은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협동하며 상대방을 부를 때 공손함을 중요시 하는 유사한 가치를 공유한다.

이 얼마나 좁은 세상인가!

이 글을 쓴 릴리엑 소엘리스티요는 인도네시아 페트라대학 영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번역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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