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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5.12.30

드라마도 공부다!

내가 한국말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한류는 아직 힘을 입은 현상이 아니었다. 그 당시는 러시아 인터넷이 발전하기 막 시작한 시기였기 때문에 러시아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면서 한국 대중문화와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한국 음악을 듣고 싶거나 한국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우리 학과에 계신 한국인 선생님을 통해서 얻거나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친구에게 CD를 사 달라고 부탁해서 어렵게 얻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학교때 드라마도 물론, 한국 TV를 전혀 본 적 없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어학당에서 한국말을 배웠다. 수업때 선생님이 한국말을 빠르게 배울 수 있는 비결 중에 하나가 바로 TV를 보는 거라고 조언 하셨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드라마를 꼭 보라고 하셨다. 내가 처음으로 한국에 올 때 2003년 3월이었는데 그때는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한참 인기를 누렸고 그 드라마의 주제곡인 ‘처음 그날처럼’은 이디 가든 들을 수 있는 히트곡이였다. 노래를 원래 많이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불렀다. 부르면서 가사도 같이 외우게 되었다. 마침 그때 어학당 수업에서 배운 한국어 문법은 가사 안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해가 훨씬 잘 갔다. ‘아, 이것도 한국말을 배우는 방법으로 괜찮네’라고 문득 깨달았다.

일리야 벨랴코프

▲ 일리야 벨랴코프

우리반 선생님에게 요즘 어떤 드라마가 인기 있냐고 여쭤봤더니 ‘천국의 계단’이라는 드라마가 전 국민이 울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답 하셨다. 그래서 나도 ‘천국의 계단’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하면 스토리도 뻔하고 배우들의 연기력도 딸린다고 뚜렷이 보이지만 그 당시는 최지우씨와 권상우씨가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줄거리를 펼쳐 주는 주인공으로 보였다. 한태화씨가 맡은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서 자기 눈을 이식할 수 있게 자살을 하는 장면 연기를 보면서 한국사람들과 나도 같이 울었고 이 드라마의 OST인 '아베 마리아' 곡을 들을 때마다 눈물이 저절로 눈가에 맻혔다.

요즘 나오는 한국 드라마가 많이 바뀌었지만 그 당시 특징으로는 거의 모든 드라마 막회에 주인공이 죽었던 거였다. 사망 이유는 대략 불치병이 1위, 교통사고가 2위, 기타 이유가 3위이였던 것 같다. 미국 드라마에서도 러시아 드라마에서도 이런 피날레를 보기 힘들어서 나에게 더욱 더 흥미를 주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이유로 내가 한국 드라마에 빠져서 새로운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보기 시작했다. 러시아 드라마와 너무나도 다른 스토리를 보는 것과 실제로 한국인들이 쓰는 한국말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에도 많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발리에서 생긴 일', '파리의 연인', '아이리스', '풀하우스', '마이걸', '거침없이 하이킥',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등을 친구들과 함께 기숙사 휴게실에서 밥을 먹으면서 많이 봤다. 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원래 한 번만 보고 다시 안 보는 스타일인데 한국 드라마 중에서 유일하게 한번 넘게 본 드라마 딱 하나가 있다.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봤을 때 김선아씨가 쓰는 비속어나 은어가 너무 많아서 거의 절반 정도 못 알아들었지만 스토리 자체가 아주 웃겨서 보고 또 보게 되었다. 현빈씨와 김선아씨의 황상적인 조합, 재미있는 말투, 계속 웃기게 만드는 줄거리, 이 모든 것들은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한다. 몇 년 전에 공부 때문에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대한 향수가 났을 때 다시 본 드라마는 바로 '내 이름은 김삼순'이었다. 기분이 다운 되거나 우울할 때 웃고 싶으면 딱 좋은 드라마인 것 같다. 물론 언어학적인 면에서도 뛰어난 작품이라는 건 사실이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직 준비를 하면서 한가한 시간이 많이 없어지고 TV를 보는 시간도 저절로 줄었다. 취직하고 나서 시간도 없고 매일 하는 출퇴근 때문에 피곤하기도 해서 드라마를 덜 보게 되었다. 더군다나 더 이상 한국말을 배우는 학생이 아닌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으로서 굳이 공부 목적으로 TV를 볼 필요가 없어지기도 했다. 이 때는 예외로 보게 된 드라마가 딱 하나였다. 바로 ‘미생’이었다. 같은 직장인으로 아주 공감한 내용이어서 내가 다니는 직장을 찍은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내용이 공감 돼서 본 것 같다. 요새는 관심사가 다른 쪽으로 쏠려서 그런지 드라마보다 예능이나 시사 프로그램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이 글은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씨가 직접 한국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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