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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5.12.08

웹툰의 진화, 공짜에서 영상매체의 주역으로

"웰컴 투 더 리얼 월드."

넥타이에 단정한 양복 차림의 젊은 남자에게 그를 이곳으로 안내한 중년의 남자는 웃으며 그렇게 대답한다. 진짜 세상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들 앞에는 작업장에 복귀하려는 노동조합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의 치열한 대치 현장이 펼쳐지고 있다.

뉴스가 아니다. 최근 방영된 JTBC 텔레비전 드라마 '송곳'의 한 장면이다. 부당해고 지시를 받은 대형 마트의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난국을 극복한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 노동자, 노동조합 등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사뭇 보기 힘든 무거운 소재와 내용을 드라마 '송곳'은 매끄럽게, 심지어 재미있게 이야기하여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탄을 자아냈다.

텔레비전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노동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흥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드라마 '송곳'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 제작진은 걸출한 원작을 드라마에 그대로 살려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 텔레비전 드라마로는 보기 드물게 노동운동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음에도 흥미와 작품성을 모두 갖춘 드라마 '송곳'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 제작진은 걸출한 원작을 드라마에 그대로 살려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현실반영 드라마의 원작도 웹툰

실제 경험이 아니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드라마 속 생생한 장면과 대사는 사실 철저히 취재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원작만화 덕분이다. 드라마 '송곳'은 최규석 작가가 2013년 12월부터 매주 화요일 네이버 웹툰에 연재한 동명의 온라인 만화를 극화한 것이다. 독자 평점은 꾸준히 10점 만점에 9.9점 대를 유지하고, 2014 오늘의 우리만화 한국만화가협회장상을 수상하는 등, 연재 시작부터 독자 반응에서나 비평적으로나 모두 화제였던 작품이다. 드라마 제작진 역시 원작을 뛰어넘을 생각이 없다며, "원작 '송곳'의 강렬한 힘이 누수되지 않게 그대로 화면으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을 정도다.

온라인 만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는 '송곳'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한국에서 제작, 방영된 드라마만 해도 코믹한 추리물 '냄새를 보는 소녀', 조선시대의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인 '밤을 걷는 선비', 로맨틱 코미디 '호구의 사랑' 등 6편에 보다시피 장르도 다양하다. 연재 초반부터 꾸준히 드라마화, 영화화 설이 돌았던 심리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 역시 드라마로 제작돼 내년 초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인터넷의 발달과 불법 복제판 유포로 존폐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한국 만화업계를 생각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물론 반전은 웹툰 덕분이다.

드라마로 제작돼 내년 방영을 앞둔 웹툰 '치즈인더트랩'. 잇따라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웹툰을 읽는 누리꾼 독자들이 주인공 역할에 어떤 배우가 어울리는지 추측해보는 것도 예삿일이 되었다.

▲ 드라마로 제작돼 내년 방영을 앞둔 웹툰 '치즈인더트랩'. 잇따라 웹툰이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웹툰을 읽는 누리꾼 독자들이 주인공 역할에 어떤 배우가 어울리는지 추측해보는 것도 예삿일이 되었다.

온라인 만화 변천사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의 빠른 인터넷 사용 인구 증가는 도리어 한국 만화에 해가 되는 듯했다. 만화책 불법 스캔본이 인터넷을 통해 복제되어 만화업계에 치명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기존 출판 만화의 유료서비스 제공 등 인터넷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 시도도 없지는 않았지만, 이미 어둠의 경로로 '공짜 만화'에 맛들인 만화 독자들은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았다.

한편 출판사의 만화잡지를 통하거나 유명 만화가의 견습생으로 경력을 쌓아 만화가로 데뷔하던 기존과는 달리,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그림 일기나 짧은 만화를 연재하는 새로운 방식의 만화가들이 등장, 누리꾼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만화가 강풀이 대표적이다. '순정만화' '바보' '이웃사람' 등 내놓는 작품마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강풀 역시 자신의 웹사이트에 만화를 올리며 만화가가 된 케이스.

영화 순정만화(2008), 이웃사람(2012) 등 대부분의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가 강풀. 그 역시 개인 홈페이지에 만화를 그려 올리다가 인기를 끌어 웹툰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 영화 순정만화(2008), 이웃사람(2012) 등 대부분의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진 만화가 강풀. 그 역시 개인 홈페이지에 만화를 그려 올리다가 인기를 끌어 웹툰 만화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렇게 온라인 만화가들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만화의 형태도 진화했다. 초기 온라인 만화는 종이가 아닐 뿐 페이지를 좌우로 넘기는 기존 '만화책'의 틀을 한동안 벗지 못했다. 그러나 아마추어 만화가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이미지를 올리는 형태로 만화를 업로드하면서, 클릭으로 책장을 넘기는 형태가 아니라 아래로 그림이 이어지는 스크롤다운 형태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종이만화를 그리던 기존 작가들 역시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방문자수를 바탕으로 포털 사이트는 스타 작가들을 섭외하고, 아마추어 만화가들에게 등용문을 열었으며, 독자들에게 무료 만화를 제공했다. 온라인 만화를 뜻하는 '웹툰'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도 이즈음부터다.

만화, 스마트폰을 타고 날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웹툰은 스마트폰 보급과 더불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포털사이트의 영향으로 요일별 연재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았고, 장르는 더욱 다양해졌다. 에피소드 위주의 코미디 일색에서 추리, 공포, 로맨스 드라마 등 서사가 있는 작품들이 점점 늘어났다. 이야기가 있는 웹툰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늘었다.

아마추어 카툰으로 누리꾼의 심심풀이 소일거리에 불과했던 온라인 만화는 스크롤다운 형태의 요일제 주간 연재와 시즌제 방식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영화나 드라마, 게임 등 영상매체의 주요 소재 공급원으로 거듭났다. 웹툰의 성공은 장르소설 위주의 웹소설이라는 파생장르도 낳았다. 웹툰은 계속해서 진화한다.

장여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JTBC, tvN, 네이버웹툰, 라인웹툰
icchang@korea.kr

연재중인 웹툰, 다국어로 바로 본다

한국에서 연재되는 웹툰 중 일부는 해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라인웹툰'에서는 300여 편 가량의 웹툰이 영문, 중문을 포함 5개 국어로 제공된다. 세계 각국 누리꾼들이 자발적으로 웹툰의 작품을 번역하고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는 참여번역 서비스 덕분에 라인웹툰에서 제공하지 않는 언어로도 웹툰을 읽을 수 있다. 역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다수 웹툰이 무료다.

영어, 중국어를 포함하여 5개국어로 한국 웹툰을 읽을 수 있는 '라인웹툰'. 국내의 요일제 시스템도 그대로 반영됐다.

▲ 영어, 중국어를 포함하여 5개국어로 한국 웹툰을 읽을 수 있는 '라인웹툰'. 국내의 요일제 시스템도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 웹사이트 타파스틱(tapastic.com)에서도 한국 웹툰을 읽을 수 있다. '수의 계절' 등을 포함하여 다섯 편의 다음 웹툰이 영문으로 게재된다.

라인웹툰이 아니더라도 중국 독자들은 중국 웹사이트에서 바로 한국 웹툰을 읽을 수 있다. 포털사이트 '큐큐닷컴' 등에서 한국 웹툰이 소개되고 있는 것. 공포물 '0.0MHz'은 현지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일본어로도 한국 웹툰을 읽을 수 있다. 일본 레진닷컴(lezhin.com/jp)에서는 한국 '레진코믹스'의 웹툰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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