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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5.11.30

서울의 숨은 미(美)

서울은 그리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다. 건축학적인 미를 자랑하는 건물은 드물고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깊은 역사를 자랑할 수 있는 명소는 가이드북을 참고하지 않은 한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한 역사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이유는 물론 있으나 한국의 복잡한 역사를 모르는 일반 관광객이라면 서울에 대한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단지 현대적이고 유리와 콘크리트 정글로 보이는 아시아의 또 하나의 개미총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봤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한국에서 12년 넘게 살아 온 나에게 서울은 집이 되어 버렸다. 12년 동안 한국 곳곳을 누비며 여행도 많이 돌아 다녔는데 항상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느낌과 다름이 없었다. 러시아에서 비교적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서 자란 나에게는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이 도시는 엄청나게 크고 상당히 복잡한 괴물처럼 보였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서울이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는 생각이 당연케 느껴졌다. 홍대나 신촌, 대학로와 같은 동네에 특히 주말에 가 보면 사람도 상당히 많고 길가에서 쓰레기 봉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도 더욱 더 그런 이미지에 더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서울에 돌아올 때마다 생각이 들었다. 아, 서울이 참 아름답고 살기 편한 도시구나.

일리야 벨랴코프

▲ 일리야 벨랴코프

서울의 매력은 화려하지는 않다. 유럽처럼 오래된 역사의 먼지로 뒤덮고 조용하면서도 생기가 느끼는 수 천년의 생일을 맞이한 도시가 아니다. 미국처럼 도시컨셉이 정확하고 지었을 때부터 계획적인 의도가 잘 드러나는 도시도 아니다. 남미처럼 유럽 식민지 시대의 역사와 선주민의 문화가 특이하게 섞인 도시도 아니다. 서울은 오로지 한국민족의 역사를 뚜렷하게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적인 발전의 상징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울의 매력은 좁디 좁은 막다른 골목길에, 도시 한가운데 있으면서 도시를 반반으로 나뉘는 한강에,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고 도시 어느 동네에서든 쉽게 볼 수 있는 남산타워에, 아름다운 야경을 뿜내는 올림픽대로에 숨겨 있다. 이틀동안 잠깐 여행을 온 관광객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굉장히 아름답고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

나에게 서울이란 명동, 인사동, 종로와 같은 가이드북에서 자주 나오는 관광명소가 아니다. 명동은 볼 것도, 먹을 것도, 즐길 것도 많지만 그만큼 사람도 붐비고 복잡하며 주말에 쉬려고 바쁜 주중 생활을 벗어나고 싶은 도시인에게는 그리 평화로움을 주는 동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사동이나 여의도 한강공원과 같은 동네들도 더욱 더 그렇다. 일상의 스트레스가 많은 일주일을 보내면 주말에 사람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데로 가고 싶어진다. 그런 이야기를 친구들하고 나누면 나에게 항상 물어본다. 콘크리트 정글인 서울에는 도대체 그런 곳이 어디 있냐고. 그러나 하이테크의 메카인 서울에서도 자연이 풍부하고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의외로 많다.

얼마전에 서울 동쪽 거의 끝자리에 있는 아차산에 가 봤다. 광나루역에서 내려서 버스나 택시를 타고 조금 가 보면 아차산 공원이 있다. 아차산 꼭대기에 올라가서 눈 앞에 펄쳐지는 경치를 바라보며 땀 나는 얼굴에 시원한 바람을 맞아 보면 여기까지 올라온 보람이 느껴진다. 이렇게 높이 올라가서 가까우면서도 멀리 느껴지는 도시를 보며 소리도 바람소리밖에 안 들리는 이 곳에서 참 색다른 서울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기만 하게 한다.

12년만에 서울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다. 야외 활동을 원래도 좋아하지만 서울에서 야외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 그다지 없다고 생각하곤 했지만 역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의외의 기쁨이었다. 여기에서 오래 살아서 더 이상 나를 놀라게 할 있는 것이 없겠거니 생각했는데 이런 숨은 매력이 있는 것이야말로 서울의 매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방송인, 이 글은 일리야씨가 직접 한국어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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