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5.11.04
한류로 한국을 읽다
"세계 금융 시스템이 붕괴 지경에 달했음에도 우리 경제학자들은 이 세계의 작동 원리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음이 드러난 바, 지금까지처럼 경제학을 가르치자니 부끄럽다. 대신 한국 드라마를 가르치겠다. "
보건 경제학을 가르치는 미국 우베 라인하르트 교수는 몇 년 전 '한국드라마개론'의 강의계획서 첫머리에서 이렇게 적었다.
물론 위의 강의계획서는 중국인 아내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라인하르트 교수의 농담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교수의 장난이 화제가 되어 성사된 인터뷰에서 라인하르트 교수는 사회학자들이나 심리학자들은 한국 드라마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끄는 이유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라인하르트 교수의 말처럼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한류를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일회성 붐에 그칠 줄 알았던 한류가 의외로 오랜 기간 이어지자 경제학에서부터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한국 대중문화 분석이 늘고 있는 것.
세계의 지성들이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서 '강남'의 의미를 고민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일 한류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경향을 소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현지시각) 이렇게 한국 드라마나 K팝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류에 관한 학구적 분석 시도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최근 몇 년 사이 많은 학자들이 한국 대중문화를 분석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연구 주제도 불교나 가부장적 유교 의식 등 전통 문화를 벗어나 다양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찍이 한국 대중문화를 분석해왔던 키스 하워드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지역학대학(SOAS) 교수의 일화도 소개됐다. 한국 민속음악을 연구한 하워드 교수는 1999년 유럽 한국학회 연례 학술회의에서 한국의 발라드 가요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을 당시 동료 학자들로부터 형편없는 평가를 받았다고. 그러나 교수는 한국 대중문화를 꾸준히 연구했으며, 올해 초에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모방을 통해 오히려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경향에 여전히 부정적인 견해를 가진 기성 한국학자들의 의견도 소개됐다. 클락 소렌슨 워싱턴대 한국학 교수는 젊은 학자들이 한류를 연구해볼 만한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은 이해하나 개인적으로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고.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학계가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한류의 가치에 눈을 뜨기 시작한 만큼 한류 학자들이 논쟁에서는 우위를 점할지도 모른다고 WSJ는 전했다.
글 장여정 코리아넷기자
사진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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