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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5.10.08

"문자는 문화를 담는 그릇"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 자료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시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한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 자료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시 등을 통해 일반인들의 한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글 창제 569돌을 맞아 국립한글박물관이 주목 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9일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은 개관 기념전 ‘세종대왕, 한글 문화 시대를 열다’부터 ‘한글편지’, ‘소설 속 한글’, ‘디지털 세상의 한글’ 등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한글을 조망하는 전시를 기획해오고 있다.

개관 1주년을 맞아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존재 유무로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며 “앞으로 한글 유물 확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각오를 드러냈다 .

문 관장은 특히 한글 유물 확보에 대해 “초기에는 유물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국립한글박물관의 개관이 알려지면서 개인 소장 유물을 기증하겠다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을 모은, 자기 자식보다 더 귀한 자료를 기증한다는 것은 존경스럽고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라며 “박물관이 생긴 덕분에 이러한 유물을 보다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을 만나 지난 1년간의 성과와 의미, 향후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의 의미는?
박물관의 정의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자료와 기록을 수집·보존하고 교육을 통해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국립한글박물관에 적용하면 한글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전시와 교육을 통해 국민의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높여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한글의 역사가 569돌을 맞이하지만 자료가 훼손되거나 사라진 것도 많고 관리가 부실하다. 선조들은 기록을 매우 잘하셨는데 우리는 근·현대 자료들을 잘 보관하지 못한 것 같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초 출시된 아래아 한글 1.0 프로그램, 1914년 최초로 제작된 한글타자기 같은 자료를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보존하고 정리하는 일이 한글박물관에서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한글박물관은 소장 자료를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민간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이다. 또, 전시를 통해 실물자료를 선보이며 한글자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높이고 한글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글박물관의 개관으로 이런 역할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 자료에 대한 정리 및 보존과 자료발굴, 전시를 통해 한글에 대한 역사를 조망해볼 기회를 제공한 것을 지난 한해 동안의 성과로 들었다.

▲ 문영호 국립한글박물관장은 한글 자료에 대한 정리 및 보존과 자료발굴, 전시를 통해 한글에 대한 역사를 조망해볼 기회를 제공한 것을 지난 한해 동안의 성과로 들었다.

- 어떤 성과가 있었는가?
개관 후 1년간 누적 관람객 수가 45만 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외국인 숫자는 약 만 명 정도이다. 앞으로 외국인들의 비율이 더 늘어나길 기대한다. 관람객 반응도 괜찮다. 물론 앞으로 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을 것이다.

개관 2~3년 전부터 모은 자료가 현재 15,000여 점에 달한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지방 박물관의 경우 보유 유물 수가 평균 5만 여 점에 달하는데 해마다 약 4천 여 점씩 증가한다고 가정할 때 한글박물관도 향후 2~3년 안에 그 정도가 될 것이다. 국보, 보물급부터 생활사 유물까지 다양하게 모으고 있다. 옛날 자료뿐만 아니라 나중에 귀중한 문화유산이 될 수 있는 현재 자료까지 폭넓게 모으고 있는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상당히 괜찮은 자료도 많이 들어오고 기증도 많이 받는다. 미국 이민자 송 레슬리씨의 경우 1900년대 초 이민 초기 어려운 시기에 한국인들과 주고 받은 한글편지를 기증했는데 편지를 통해서 당시 역사를 알 수 있어 귀한 자료이다.

박물관의 가장 핵심인 전시면에서 볼 때 개관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 문화 시대를 열다,’ ‘한글편지전’ ‘소설 속의 한글,’ ‘디지털 세상에서의 한글’ 등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역사를 관람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볼 수 있도록 하고자 주력하고 있다.

- 최근 한류열풍으로 한글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국립한글박물관이 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 같다.
지난해 약 만 명 정도의 외국인이 박물관을 방문했다. 외국인 관람객들과 국내거주 다문화가정은 한글, 한국어의 세계화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을 위해 박물관에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 교육이나 공간 차원에서도 배려를 한다. 실제로 박물관 3층에는 구글의 지원을 받아 마련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관람객들이 한글의 기본원리와 한국문화의 기본적인 요소를 몸으로 체험하면서 알아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구글의 지원으로 국립한글박물관 3층에 조성된 한글구성원리 체험 공간.

▲ 구글의 지원으로 국립한글박물관 3층에 조성된 한글구성원리 체험 공간.

- 국립한글박물관은 지난 1월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15년 꼭 가봐야 할 세계의 명소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도 국립한글박물관을 주목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문자를 소재로 한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하다. 국립박물관 규모로 확인된 것은 중국과 한국이 유일할 것이다. 소수민족 국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가운데 일부 더 있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문자가 아닌 대부분 언어, 인쇄박물관이다. 그만큼 문자박물관은 기획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외국에서 주목하는 것은 학계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일본 학자 노마 히데키는 “한글의 탄생은 문자의 기적”이며 “한글발명은 문화혁명”이라고 평가했다. 한글 창제 전에는 조선 사대부들이 한문을 통해 지식을 전달하고 공유했다. 그러나 한글 창제 후 모든 것이 바뀌었다. 즉 사고 체계 전체가 바뀌는 것이다. 문자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므로 문화가 바뀌게 되고 세상 천지가 바뀌는 것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경우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그만큼 문자로서의 우수성 때문에 세계 언어학자들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도 작용한 것 같다.

- 관람객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특별히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문자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지만 문자와 언어는 불가분의 관계임을 잘 알고 있고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교육 등에도 모두 신경을 쓰고 있다. 사실 한글박물관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최종 목적은 소통이다. 소통에 중점을 두고 세대 간 소통, 세대 내 소통으로 나눠 여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또 개발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게도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소재가 고전이든, 현대 자료가 됐든 가족이 같이 읽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누누이 말한다. 이런 점은 박물관의 모든 교육에 반영되어 있다. 현장 직원이나 자료실 직원에게도 늘 의견을 물어보고 관람객 반응을 묻곤 한다.

-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어린이, 청소년, 성인, 외국인 등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나?
어린이 관람객들은 박물관 관람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또, ‘낭만한글’ 등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해서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도서관 자료실의 경우 다른 박물관에서는 후미진 공간에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한글박물관에는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위치해 있다. 자료도 특화시켜 문자와 문화, 아동 도서 위주로 마련했으며 외부 대출도 가능하다. 공공도서관과 달리 한글박물관은 특화된 분야에 대한 자료를 모을 수 있다. 자료실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문도서관이다. 박물관 인근 지역에 공공도서관이 없는 점도 감안했다. 요즘은 복합기능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박물관에서 도서관도 운영하고 공연도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방학 때에는 부모들의 고민사항을 고려해서 자녀의 독서교육이나 건강관리 등에 관한 교육도 운영할 계획이다.

- 국립한글박물관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60% 이상이 한글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같은 생각이다.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데 한글박물관이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글의 역사를 전반적으로 조망하고 한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 말로만 듣던 훈민정음 해례본과 정조임금의 한글손편지를 교과서가 아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실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 개인소장 유물이라면 빛을 보지 못했을 자료들을 한자리에서 체계적,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박물관의 존재 유무가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면에서 계속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다.

세계 언어학자들은 약 6,500여 종의 현존하는 언어 중 절반 정도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언어가 사라지면 문자도 사라지게 된다. 문자가 사라지면 문화도 사라진다. 한글이 소멸할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만큼 한글에 대해서 단순히 기록을 위한 문자로 보는 시각이 아닌, 문화와 정신세계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자라는 점을 고려하고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자를 주제로 하는 박물관임에도 문화를 자꾸 이야기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자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므로 한글을 더 발전시켜 후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이런 생각을 가지시길 바란다.

윤소정, 장여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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