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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5.01.20

문학•영화로 한국을 더 잘 알 수 있어요

외국에 살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어디까지 잘 알고 가까워질 수 있을까?
배리 웰시(Barry Welsh) 숙명여대 교수는 이에 대해 나름의 답을 제시한다.
문학과 영화로 알아가는 것이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대형서점 한국문학 번역코너에서 그가 고른 책 한 권은 훗날 다국적 독서클럽 마련의 계기가 됐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문학과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독서클럽과 영화클럽을 만들었다.

▲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교수는 한국문학과 영화에 대한 관심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 독서클럽과 영화클럽을 만들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웰시 교수는 리버풀대학과 에든버러대학에서 문학과 영화 분야의 학사와 석사학위를 땄다. 재정적인 이유로 잠시 금융업계에서 일했지만 늘 각국의 문학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지녀왔다.

5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며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는 서서히 영어로 소개된 한국문학작품을 접하며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갔고 자신과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조직해보기로 결정했다.

그는 영어로 소개된 한국문학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독서 클럽을 만들고 지인을 통해, 인터넷을 통해 모임일정을 알렸다. 첫 모임은 단 6명이 참석했다. 모임을 그만 둘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온라인 상으로 알게 된 한국 작가들과 주변에 지인들이 하나 둘씩 나섰다. 두 번째 모임에는 20명이 참석했다. 세 번째 모임의 참석자는 60명으로 늘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웰시 교수는 독서 클럽 운영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웰시교수의 독서 클럽은 SNS채널 등으로 소개되며 참석자가 점점 늘었다. 현재 4년째를 맞는 이 모임은 ‘서울 북&컬처 클럽’이란 이름으로 매월 1회씩 명동의 해치홀에서 열린다. 작가를 초청해 작품에 대해, 또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인생사에 대해 질의응답하며 토론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최근까지 이 모임에 초청된 작가는 신경숙, 공지영, 황석영, 김영하, 박민규 황선미 등이다. 외국출신 작가들도 있다. 매번 모임마다 100명에서 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다. 참석자들은 교수, 학생, 외국인 교사, 외교관 관계자, 미군 등 다양하다.

지난해부터는 한국고전 영화모임도 시작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같은 장소에서 ‘배리 웰시의 필름 소사이어티’라는 모임에서 한국 고전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자유부인(1956)’ 등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다양한 작품이 소개됐다.

웰시 교수는 독서클럽 운영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그 모임을 통해 작가와 참석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웰시 교수는 독서클럽 운영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그 모임을 통해 작가와 참석자들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웰시교수와 만나 독서·영화 클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 한국문학 독서클럽, 영화클럽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늘 각 나라의 문학과 영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문학과 영화는 나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온 후에도 한국문학, 영화에 관심이 생겨 서서히 알아가게 됐다. 그러다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모임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 독서클럽이 지속적으로 이어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독서클럽이 잘 운영되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그런 모임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에서는 다양한 문화활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모임은 잘 알려진 게 없었던 것 같고 있었다고 해도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참여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작가들도 어디서 어떻게 자기 작품을 소개할 수 있을지를 몰랐던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작가를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서 토론하고 그들의 인생담을 듣는 기회는 흔치 않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한국 거주 외국인들도 참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모임은 한국인 외국인 모두 참여할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 지금까지 주제로 다룬 한국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황석영, 신경숙, 공지영, 김영하 등이 보이는데 이들의 어떤 작품을 갖고 대화를 나눴는가?
총 35명의 작가가 초청됐는데 여기에는 한국 작가 15명, 미국, 영국 출신 작가 들도 포함되어 있다. 특정한 작품을 선정해서 토론하는 형식은 아니다. 사회자가 작가의 경력과 인생에 대해 인터뷰하고 나서 청중이 자유롭게 질문한다. 질문은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사, 경험 등 매우 다양하다. 황석영의 경우 작품의 배경이 된 광주민주화운동, 베트남전 참전 등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 위의 한국작가들의 작품중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다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흥미로웠다. 특히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는 우연히 대형서점에서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관심 갖게 됐고 내가 한국에서 읽은 첫 번째 소설이었다. 그 밖에도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 같은 작품도 다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독서클럽에 아직 초대하진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문열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는 세계적인 작가이며 그의 단편들은 정말 훌륭하다.

- 마찬가지로 인상 깊은 한국영화를 소개한다면?
개인적으로 이창동 감독의 ‘시’를 들고 싶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영화에 대한 눈을 뜰 수 있었다. 영화에 관심이 무척 많다. 한국 고전 중에서는 ‘하녀’, 자유부인’ ‘오발탄(1961)’ 등이 인상 깊었다.
- 당신이 체험한 한국문화들이 영미와 서구의 문화와 어떤 점이 차별적이라고 생각되나?
분명히 차이점이 있다. 주로 접한 한국문학은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지만, 번역 소개된 한국문학작품이 서구에 비해 장르문학이 적은 것 같다. 번역작으로 선택된 작품들이 주로 한국전쟁, 일제강점기 등을 배경으로 한 무겁고 진지한 내용의, 한국 역사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무거운 주제와 다른 작품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박민규, 김영하 같은 젊은 작가들이 관심 받고 인기를 얻는 이유다. 그러나, 추리소설이나 과학공상소설, 범죄소설 등 장르문학 중에서는 번역된 작품이 많지 않은 것 같다.

- 지난 5년간 한국문화를 체험하면서 느낀 점은? 한국에 오기 전과 온 후의 소감은?
처음에는 새롭고 다 흥미로웠고 이제는 적응해서 모든 것이 일상이다. 내 삶과 집 같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아일랜드에서 살던 예전의 삶, 직업 등 모든 게 다르지만 좋은 변화이고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서울은 국제적인 도시이고 이곳에 사는 것은 런던에 사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서울의 국제적인 면을 좋아한다.

- 당신에게 비친 한국인, 한국사회는?
한국학생을 가르치고 생활하며 느낀 점은 한국인들이 짓눌린 것 같다(pressurized)는 생각이 든다. 많은 일을 하도록 강요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교육문화나 저녁에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늘 경쟁 속에 있는 것 같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한 말이 인상 깊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이 지난 50년간 어떻게 그토록 많은 것은 이룩할 수 있었는지를 얘기하면서 "때로는 앉아서 샴페인 한 잔을 음미할 필요도 있다"는 멋진 언급을 했다. 그녀의 생각에 동의한다.

- 한때 한국인들이 애송한 애국가가 스코틀랜드의 ‘올드랭사인’에 가사를 붙인 곡이었다.
사실 잘 몰랐다. 그런데 최근 영화 ‘국제시장’에서 그 노래가 나오는 것을 보고 왜 사람들이 그 노래를 부르는지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 노래가 불리게 된 배경이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 스크틀랜드 출신 선교사들의 활동도 인상적이었다 차제에 한국인들에게 당신네 나라의 문학작품을 소개해달라.
그럴 의향이 있다. 앞으로 독서클럽에서 영국 작가들을 소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다음달부터는 해치홀에서 영국영화를 소개해볼 생각이다.

- 문화 대화는 서로에게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화를 통해 이루고 싶은 당신의 소망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특별한 메시지나 소망을 갖고 있진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학에 더 관심 갖고 사회와 문화활동에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길 바란다.

- 보람 있던 순간이나 기억할만한 순간은?
모임 후 많은 사람들이 좋았다는 소감을 페이스북 등 SNS 채널로 전할 때, 그들이 모임을 즐길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해온 일중 가장 많은 보람을 느끼며 많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모임을 오래도록 계속 해오고 싶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작가가 아닌 다른 유명인사도 초청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같은 사람이나 특히 봉준호 감독 같은 사람을 초대해서 그들의 인생사, 작품 제작 관련 얘기 등을 나눠보고 싶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의원 같은 분도 마찬가지다.

웰시 교수의 독서 클럽은 이번 토요일 (24일) 2시 해치홀에서 열리며 고은 시인이 초청된다. 자세한 정보는 모임 홈페이지(http://www.seoulabc.com)에서 얻을 수 있다.

윤소정 코리아넷 기자
사진 전한 코리아넷 기자
arete@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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