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4.12.26
되살아난 1300년 전 고구려 사신 벽화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의 거점으로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던 오아시스의 도시다. 이 지역은 고대 소그디아 왕국의 수도로서 동서양의 상인들이 활발히 교역을 해왔으며 동서양의 문화들이 만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곳이다.
지난 1965년 사마르칸트의 아프로시압 언덕의 옛궁전 자리에서 벽화가 발견됐다. 서기 655년쯤 소그디아 왕국의 바르후만 왕의 재위 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왕국을 방문한 여러나라의 외교사절들이 등장하여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서쪽 벽면에 고구려인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사신이 나타나 고대한국의 대외관계사에 충격을 안겨줬다.
과거 한반도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대외관계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에 한정돼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유력했다. 한반도에서 5천km나 떨어진 중앙아시아와 관계를 맺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 벽화의 발견은 고대한반도의 대외관계사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됐다.
새 깃이 달린 조우관과 둥근 자루의 환두대도 전형적인 고대 한국인의 복색이었다.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역사학계에선 고구려의 실력자 연개소문이 적대관계였던 당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소그디아 왕국에 사신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벽화가 동북아역사재단과 우즈베키스탄 국립사마르칸트박물관의 협력으로 되살아났다. 벽화는 23일부터 용산구 이촌동의 국립중앙박물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 전시되고 있다.


▲ 아프로시압 서벽 오른쪽에 조우관을 쓰고 환두대도를 찬 두 명의 사신이 고구려인일 것이란 추측이 역사 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복원된 벽화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아프로시압 벽화는 1965년 발견된 이후, 오랜시절 누적된 풍화로 훼손되어 왔다. 이 소식을 접한 동북아역사재단은 2013년 사마르칸트박물관과 협정을 맺고 벽화 복원과 보호를 위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 국립사마르칸트박물관의 무스타포쿨로프 사마리딘 관장은 "아프로시압 벽화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관계가 언제 시작돼 관계의 맥을 이어왔는지 알려주는 사료"라고 말했다.
국립사마르칸트박물관의 무스타포쿨로프 사마리딘 관장은 "아프로시압 궁전의 벽화는 당시 당, 일본 등의 상인이 실크로드를 거쳐 로마까지 물품을 운반했던 정치, 경제, 문화적 상황을 기록한 자료"라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벽화 모사본을 제작하고 디지털 복원까지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벽화 복원 사업은 디지털 실체 현미경, 적외선 분석기, 자외선 분석기 등 첨단 장비가 동원됐다. 원본을 고해상도로 촬영해 실물과 같은 크기로 찍었고, 훼손이 심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은 현미경과 레이저로 확인했다.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은 디지털 현미경으로 분석해 원본에 가까운 모사본을 제작할 수 있었다. 모사도는 총 2벌을 제작했으며, 각각 동북아역사재단과 아프로시압 박물관에서 소장하기로 했다.


▲ 동북아역사재단의 김학준 이사장(왼쪽)은 22일 아프로시압 궁전벽화 전시 관련 언론간담회에 참석해 복원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학준 이사장은 "이번 전시는 고대 민족사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감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민족의 기원, 뿌리, 이동경로를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초근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로시압 유적 및 궁전벽화의 디지털 복원 영상물은 추후 5개 국어(한국어, 우즈베키스탄어,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로 제작되며 내년 2월 아프로시압 박물관에 설치, 상영될 계획이다.
위택환 이승아 코리아넷기자
whan2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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