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4.12.08
독립국가 : 류큐왕국특별전
서기 1500년 11월 17일 남쪽 먼바다의 섬나라 유구국에서 사신을 보내왔다. 사신은 아래와 같은 글을 조선 국왕에게 전했다.
“유구국 중산왕(中山王) 상진(尙眞)은 삼가 조선 국왕 전하께 아룁니다. ……매양 사신을 파견하여 험한 산을 넘고 먼 바다를 건너 가게 하려고 하였으나, 바다 길을 알지 못하여 막히고 서신 연락이 오랫 동안 끊어져 갈 수 없었습니다…..천만 바라옵건대, 현명하신 왕께서 산해(山海) 같은 아량을 베푸시어 조그만한 정성을 받아들이고, 그 책(대장존경(大藏尊經)을 우리 나라로 가지고와 백성들을 가르치고 깨우쳐 영구히 국가를 안정시키기를 바랍니다. 우러러 사모하는 마음이 지극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
여기서 말하는 유구국은 일본의 남쪽 끝 오키나와에 존재했던 류큐 왕국을 말한다. 류큐왕국의 의 역사와 문화를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류큐 왕국의 보물' 특별전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특별전의 주제인 류큐 왕국은 15세기에 등장한 독립왕국으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주변국인 조선, 중국, 일본과 교류하며 문학, 예술 등 다방면에서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17세기 초반에 일본 사쓰마번(薩摩藩)의 침입을 받고, 이후 에도막부(江戶幕府)의 간섭을 받으며 중국과 일본 양측에 조공을 바쳤으며, 이후 1879년 일본 메이지 정부에 의해 병합되어 현재의 오키나와현으로 편입됐다.

▲ 류큐 국왕의 왕관. 나하시 역사박물관 소장. 비녀가 함께 꽂혀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유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는 일본 국보 33점을 비롯해 중요문화재 6점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류큐 왕실의 상징인 왕관과 왕실 복식, 왕실 의례용 기물 등 류큐 왕국의 통치자 쇼(尙)씨 왕가의 유물과 왕실 칠기, 조선의 영향을 받은 도자기, 류큐 왕국의 역사를 담은 서적과 회화류, 전통 악기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다. 오키나와현에 있는 나하시역사박물관,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 우라소에시미술관, 슈리성관리센터, 우라소에시교육위원회 등 5개 기관을 비롯 도쿄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 등 다양한 기관이 전시를 위해 협력했다.
눈에 띄는 유물은 류큐 왕국의 복식과 왕실 의례용 기물 등이다. 류큐 국왕의 왕관은 18세기에 제작되어, 국왕이 귀빈을 영접할 때나 설날 등의 공식 행사에 참석할 때 착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려한 장식물과 비녀가 인상적이다. 전통 복장이자 왕실의 평상복인 '빙가타'는 봉황과 모란이 화려한 색으로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붉은 바탕에 화염보주 문양을 류큐 전통기법으로 염색했다. 왕관과 복식 모두 일본 국보로, 이번 전시에서는 개막 후 2주동안만 특별 공개한다.

▲ 왕자용 용보주문 빙가타 겹옷. 나하시 역사박물관 소장. 왕자의 복식으로, 붉은색 바탕에 용과 화염보주 문양을 류큐 전통기법으로 염색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류큐 왕국과 조선 왕조 사이의 교류와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류큐 왕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도와 서적 등 국내에 있는 중요한 기록물들도 함께 전시하여 두 국가 사이의 교류․역사를 보여준다.

▲ 왕실 의례용 기물. 나하시 역사박물관 소장. 여성과 국왕의 사적 생활공간인 우치바루에서 축하연 등의 의식에 사용되었던 도구다.
전시기간 중에는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 조선과의 교류에 관한 특별강연회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전시 개막 첫날인 오는 9일에는 이번 전시에 유물을 대여해 준 나하시 역사박물관장과 우라소에시미술관장이 직접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해 강연한다. 이와 함께, 오키나와의 전통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전시회는 내년 2월 8일까지 계속된다. 행사에 대한 문의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02-3701-7633)로 하면 된다.
코리아넷 이승아 기자
slee27@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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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지도. 국립중앙도서관. 중국의 13성과 조선, 류큐가 그려져 있다. 일본이 그려져 있지 않고, 조선은 류큐국에서 5,430리 떨어져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 흑칠 나전 화조문 쟁반. 우라소에시 미술관 소장. 다양한 류큐 왕국의 칠기 제작 기법을 엿볼 수 있다.

▲ '이즈미자키에 뜬 달'.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일본 에도시대에 발달한 풍속화인 '우키요에' 화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1760-1849)가 그린 '류큐 팔경' 중 한 작품이다.

▲ "계유년고려장인와장조"명 기와. 우라소에시 교육위원회. 13~14세기. 오키나와에서 발견된 고려계 기와로, 류큐 왕국 성립 이전부터 오키나와와 한반도가 문물을 교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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