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14.10.20
음악 리뷰 - 두 청년 피아니스트가 선사한 짧은 시간, 긴 감동
19세기 음악의 거성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 ~ 1886)는 작곡가이기에 앞서 명피아니스트였다. 그가 연주를 할때마다 수많은 팬들이 몰려와 꽃을 던졌다고 한다. 던지는 꽃들이 하도 많아 ‘꽃비’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난 15일 피아니스트 두 사람에게 한국 관객들은 푹빠졌다. 앙코르는 무려 세 번이나 거듭됐다. 비제(G. Bizet)의 ‘아이들의 놀이 모음곡 세곡(3 pieces from jeux d’enfants)', 라벨(M. Ravel)의 '요정의 정원(Le jardin Feerique)', 베리오(A. Berio)의 '폴카(Polka)'가 잇따라 관객들의 눈과 귀를 들썩이게 했다. 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오랜시간 머무를 감동을 선사했다.
▲ 함께 연주를 하고 있는 아르투르 유센(왼쪽)과 루카스 유센.
장사진이란 말이 무색하듯 공연후 사인을 받으려는 수백의 팬들이 줄을 이었다. 그것도 밤 10시를 훌쩍 지나서.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할 수 없지만 그 아름다움으로 그것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로 저절로 지름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이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그들은 네덜란드의 국민피아니스트로 불리는 루카스 유센(Lucas Jussen, 1993년생), 아르투르 유센(Arthur Jussen, 1996년생) 형제다. 아버지는 네덜란드 힐베르쉼(Hilversum)의 라디오 필하모닉 팀파니 주자였고, 어머니는 플루트 연주자인 음악가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에게 음악은 공기와 같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클래식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형제는 도이체 그라모폰(DG)과 계약한 최초의 네덜란드 예술가라는 수식어와 함께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연주자로 성장했다. 일찌감치 이들은 2012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데뷔 무대에 섰고, 지난해에는 네덜란드 베아트릭스(Beatrix Wilhelmina Armgard) 여왕의 75세 기념 콘서트에 초청받기도 했다.
형제는 이번 내한공연을 베토벤과 슈베르트 두 작곡가의 작품으로 꾸몄다. 이들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로 형제는 "슈베르트와 베토벤은 가장 편하고 자신감을 준다. 심오하고 어려운 곡들인데 스승인 마리아 주앙 피르스(Maria João Pires)에게 자연스럽게 배웠다. 어린이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 우리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저녁 8시,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바로 연주에 들어갔다. 베토벤의 ‘발트슈타인 백작의 주제에 의한 8개의 변주곡(8 Variations on a theme by Count Waldstein in C major, WoO 67) ’로 시작했다. 피아노와 한몸이 된 연주에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집중했다.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뿜어대는 소리들에 지그시 눈을 감고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은 클래식의 아도니스 그 자체였다.
이어 루카스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Piano Sonata No.21 Op 53 in C major 'Waldstein')’을 독주했다. ‘딱딱딱딱’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연상케하는 음으로 시작되는 이 곡은 군더더기 없이 반듯하게 연주하는 젊은이와 딱들어 맞았다. 극도의 격정과 긴장이 교차하며 전달하는 소리들은 한치도 느슨할 틈을 주지 않았다.
휴식시간을 가진후 슈베르트의 작품들이 잇따라 연주됐다. 두 사람이 ‘그랑 론도(Rondo in A major D 951 ‘Grand Rondeau‘)를 함께 연주했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화음은 염화미소(拈華微笑)를 방불케하듯 완벽 그 자체였다. 이어 아르투르가 '즉흥곡(Impromptus Op 90 D. 899 . No.2 , No. 3)'을 연주했다. 앞서의 형의 독주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난형난제(難兄難弟)였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합류하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Fantasie in F minor D 940)’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우리는 종종 ‘신동’ 또는 ‘천재’로 불렸던 연주자들을 만나곤 했다. 대부분 기억속에서 잊혀진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더욱 흥미로운 것이다.
글 위택환·백현 코리아넷 기자
사진 유니버설뮤직
whan23@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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