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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14.05.28

르 클레지오, ”한국소설, 상상력 풍부……”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가 한국 단편소설집을 적극 추천했다. 프랑스 르 피가로紙에 지난 15일 2쪽에 걸쳐 "서둘러 이 소설들을 읽으시오!"(Hâtez-vousde les lire!)라는 제목의 서평을 실었다.

르 클레지오가 추천한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Nocturne d'un chauffer de tax)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발표된 한국 단편소설 10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김연수, 조경란, 편혜영, 그리고 한강, 김애란, 백가흠, 윤성희, 박찬순, 안영실, 최진영 등의 작품을 담았다.

지난 5월 15일 프랑스 르 피가로紙에 실린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의 한국 단편소설에 대한 서평

 

▲ 지난 5월 15일 프랑스 르 피가로紙에 실린 르 클레지오(Jean Marie Gustave Le Clezio)의 한국 단편소설에 대한 서평

르 클레지오는 이 서평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잔혹하고 이상야릇하고 예기치 못한 이야기들의 재능과 진지함, 유머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이 작가들은 한국문학의 생명력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단편집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은 김애란의 단편 '그곳에 밤, 여기에 노래'를 불어로 옮기면서 현지 독자의 감성에 맞게 다듬은 것이다. 이 소설은 가난한 택시 운전기사가 서울의 밤거리를 주행하면서 암으로 사망한 아내를 떠올리는 이야기다. 김애란은 2005년 단편 '달려라, 아비'로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수상 당시 25세로 역대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됐으며, 그때까지 소설작품집 한 권 내지 않은 신인이었다.

김연수의 '모두에게 복된 새해'는 인도에 온 이주 노동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성과 그녀의 남편이 보여주는 질투심을 그렸다. 김연수는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글을 쓴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첫 소설집 '스무살'은 보르헤스의 영향을 받아서 쓴 것이다. 특히 소설 '공야장 도서관 음모사건'은 작가 스스로 보르헤스의 단편 '바벨의 도서관'과 '기억의 명수, 푸네스'에 대한 헌정이라고 말할 만큼 보르헤스의 영향은 상당했다.

한국소설 단편집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의 표지

▲ 한국소설 단편집 '택시 운전기사의 야상곡'의 표지

한강의 '아홉 개의 이야기'의 줄거리는 서른 살 여자의 일상에 아홉 개의 순간들이 찾아오면서 잊고 지낸 첫사랑을 떠올리고 사랑하는 법을 배워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강은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내놓았을 때부터, '치밀하고 빈틈없는 묘사, 그리고 비약이나 단절이 없는 긴밀한 서사구성’이 돋보인다는 평과 함께 주목을 받았다. 안영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한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는 농부와 그의 아내를 향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어렵게 결혼을 하지만 앞으로 농부와 아내 사이의 관계는 위태롭기 만하다. 박찬순의 ‘잭나이프를 하는 바퀴’는 한때 성공한 드라마 PD였으나 강직한 성격 탓에 웨딩 비디오 촬영에서 택배기사로까지 전락한 남자의 이야기다.

백가흠의 ‘그리고 소문은 단련된다’는 소문에 위태롭게 찢기는 허약한 인간의 실체를 보여주면서 소문이 어떻게 강력한 현실로 성장해나가는지를 그렸다. 백가흠의 소설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데뷔작 '광어'는 소설의 첫 머리에서 광어의 회를 뜨는 장면을 세세히 묘사한 장면부터가 독자를 불편하게 하더니, '배꽃이 지고'에서는 장애인 학대와 아동 학대라는 소재가 등장한다. 윤성희의 '레고로 만든 집'은 장애인 아버지와 오빠를 홀로 부양하는 젊은 여성의 고단하고 쓸쓸한 삶을 그렸다. 조경란의 '파종'은 모든 것을 잃은 젊은 여자가 자신의 꿈에서 피난처를 찾는다는 이야기다.

최진영의 '남편'은 한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발생하는 일을 코믹하게 묘사했다. 편예영의 '통조림 공장'은 통조림 공장의 공장장이 사라지면서 공장의 직원들이 공장장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직원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통조림 안에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11년 5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린 국제문학교류 낭독회에 참석한 르 클레지오 (사진: 연합뉴스)

▲ 2011년 5월 서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린 국제문학교류 낭독회에 참석한 르 클레지오 (사진: 연합뉴스)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들은 한국 사회의 소외 계층을 다룬 소설들이 대부분이다. 르 클레지오는 역동적인 한국 소설이 프랑스 문학에도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은 그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들에게도 호소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국 소설은 겉멋이나 자기 연민, 자기 만족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자조를 통해 언제나 상상력이 풍부하고 암시적이다"라고 평했다. 그는 또 "감수성과 분노, 웃음이 가득한 이 책은 일상의 어려움을 덜고 조용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해독제"라고 밝혔다.

임재언 코리아넷 기자
jun2@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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