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6.07.21
[기고칼럼] 한·몽 황금시대’ 서막···이 대통령 몽골 국빈방문이 남긴 전략적 이정표 (송병구 한국몽골학회 회장)
▲ 이재명 대통령(앞줄 오른쪽)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몽골 울란바타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한민국 청와대
송병구
단국대학교 아시아중동학부 교수·한국몽골학회 회장
미·중 갈등과 자원 민족주의 속에서 국가 정상의 외교는 사활이 걸린 생존 전략이다. 지난 7월 9~11일 이어진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 방문은 15년 만에 성사된 정상 외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자원 안보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동북아 안보 공조를 체계화한 질적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 양국 정상이 선포한 ‘한·몽 황금시대 공동선언’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이번 방몽(訪蒙)은 2011년 이후 오랜 기간 정체됐던 정상 차원의 국빈방문 시계를 다시 돌려놓음으로써 양국 간 고위급 외교 채널의 완전한 복원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몽골 최고의 국가적 상징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전통 축제 '나담(Naadam)' 개막식에 대한민국 정상 최초로 공식 주빈(主賓)으로 초청받아 연단에 섰다. 양국 정상이 보여준 격의 없는 친교 활동은 단순한 프로토콜(외교 의례)의 영역을 초월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파격적인 예우는 몽골 정부와 국민이 대한민국이라는 파트너에게 부여하는 고도의 신뢰와 특별한 유대감을 단적으로 입증하는 대목이다. 초원의 리더들과 나눈 정서적 교감은 단순한 수사(修辭)적 외교를 넘어, 향후 거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긴밀한 파트너십을 견고하게 지탱해 줄 강력한 정서적 토대이자 무형의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가 직면한 가장 엄중한 당면 과제는 공급망의 지나친 특정국 편중을 해소하는 ‘다변화’와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원 안보'의 확립이다. 첨단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미래 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에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생명선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몽골이 가진 전략적 가치는 독보적이다.
이번 국빈방문에서 도출된 가장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는 역시 '몽골산 핵심광물 및 희토류 공급망 협력의 제도적 확보'다. 특정 국가의 자원 독점과 무기화 전략에 대응해 대한민국이 유라시아 내륙에 독자적이고 안정적인 공급망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점은 국가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린 쾌거다. 몽골 입장에서도 단순한 원자재 수출국에서 벗어나, 한국의 세계적인 제련·가공 기술 및 인프라를 결합함으로써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완벽한 상생(win-win)의 경제 모델을 완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교 안보적 측면에서 몽골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거대 강대국 사이에 낀 내륙국이면서도, 역사적으로 남북한 모두와 두터운 외교 관계를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전통적 중재자다. 특히 몽골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언제나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해 온 우방이다. 몽골 정부가 주도해 온 다자 안보 대화 체제인 ‘울란바토르 대화’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유용한 외교적 자산이기도 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역내 평화 안정 지지를 재확인하고, 동북아 안보 대화 체제를 한층 활성화하기로 합의한 것은 지정학적으로 매우 고무적이다. 북·러 밀착 등 동북아 안보 리스크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몽골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활용해 외교적 외연을 넓히고 다자간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은 이번 국빈방문이 거둔 또 하나의 핵심 성과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방몽은 경제적 실리(자원 외교), 안보적 공조(한반도 평화), 문화적 연대(나담 축제 주빈 참석)라는 외교의 핵심 3대 축을 완벽히 맞물린 성공적인 여정이었다.
그러나 외교적 선언보다 중요한 것은 합의의 이행이며, 서막을 연 ‘황금시대’를 구체적인 결실로 채워 넣는 일이다. 향후 양국의 미래 관계는 기존의 자원 협력을 넘어 전방위적인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실천적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그린·에너지 파트너십의 전면적 확대다. 사막화 방지를 넘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 유라시아 그린 에너지를 선도해야 한다.
둘째, 한국의 ICT 인프라와 AI·소프트웨어 기술을 전수해 몽골의 청년들을 미래 디지털 인재로 양성하는 플랫폼을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유라시아 물류 및 공급망 인프라의 현대화다. 몽골의 철도·도로·항공 현대화를 지원해 몽골에는 해양 진출로를, 한국에는 유라시아 육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지속 가능한 차세대 학술·문화 교류의 제도화다. 대학 간 공동 연구를 활성화하고 인적 교류를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동반자 관계의 뿌리를 다져야 한다.
한국은 몽골을 '푸른 하늘의 나라', 몽골은 한국을 '무지개의 나라(솔롱고스, Солонгос)'라 부른다. 이는 양국의 상호우호적 정서와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이재명 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은 이와 같은 양국의 우호적 관계를 폭발시키는 새로운 도화선이 됐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는 선언적 외교 성과를 구체적인 법적·제도적 장치로 안착시키고, 민간 부문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류 확대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광활한 초원을 품은 몽골의 잠재력과 역동적인 최첨단 기술을 지닌 대한민국의 저력이 톱니바퀴처럼 완벽히 맞물려 돌아갈 때, 한·몽 관계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정착과 공동 번영을 이끄는 강력하고 실천적인 중앙 축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송병구 교수는 단국대학교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동 대학 부설 몽골연구소장이자 (사)한국몽골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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