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일
- 2025.09.16
"거북아 무사히 돌아와"···제주서 바다거북 13마리 방류
▲ 한국 해양경찰과 어민에게 구조된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앞쪽)와 푸른바다거북 두 마리가 11일 제주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바다를 향해 기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
서귀포 = 샤를 오두앙 기자 caudouin@korea.kr
"안녕, 잘 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꼭 만나자."
지난 11일, 제주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꾸물꾸물 기어 내려간 바다거북 13마리가 푸른 바다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해양수산부는 이날 구조된 뒤 건강을 되찾은 붉은바다거북 1마리와 푸른바다거북 4마리, 인공증식으로 키운 어린 매부리바다거북 8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행사를 열었다. 지난 2017년 이후 이곳에서 바다거북 175마리를 방류했다.
바다거북은 주로 열대와 아열대 해역 바다에서 서식한다. 귀소 본능이 있어 모래 해변에서 부화해 바다로 들어가는 순간을 기억했다가 수년 뒤 자신이 태어난 해변을 정확히 찾아와 알을 낳는다.
한국 바다에서도 이들의 흔적이 보고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총 371마리가 관찰됐다. 제주 중문색달해수욕장과 영덕 오포리해수욕장,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바다거북의 산란 흔적이 발견됐다.
그러나 바다거북의 삶은 전 세계적으로 위기다.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 현존하는 7종이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목록에 올랐다.
한국 바다에 출현하는 바다거북 5종(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장수거북, 올리브바다거북)은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돼 보호받는다. 허가 없이 포획, 채취, 이식, 가공, 유통, 보관, 훼손 등의 행위가 금지된다.
▲ 지난 11일 제주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 이곳 주변 해역은 어업 활동이 적고 바다거북의 주서식지인 태평양으로 이동하기 쉬워 바다거북 방류지로 선정됐다. 샤를 오두앙 기자 caudouin@korea.kr
해양수산부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야생에서 다치거나 해안가로 떠밀려 나온 바다거북을 구조하고 치료한 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해양환경공단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아쿠아플라넷 등과 협력해 푸른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을 인공증식하는 데도 성공했다. 2~3년간 수족관에서 키운 뒤 2017년부터 매년 여름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방류한다. 올해까지 총 126마리(푸른바다거북 99마리, 매부리바다거북 27마리)가 바다로 돌아갔다.
바다로 돌아간 뒤에도 바다거북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한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거북의 몸에 위치추적기를 달아 이들의 이동 경로와 자연 적응 상태를 분석한다. 그 결과 한국이 방류한 바다거북 일부가 일본, 중국, 베트남 해변 등 따뜻한 바다에서 겨울을 나고, 여름과 가을에는 먹이를 찾아 한국 바다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미 자연 번식에 참여한다는 사례도 관찰됐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은 "2027년까지 해양보호생물의 구조 치료와 보건 증식을 총괄할 국립해양생물 정보원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라며 "자연 산란이 다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해안을 바다거북이의 고향 같은 서식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바다로 돌아간 13마리의 바다거북이가 거친 바다를 무사히 건너 언젠가 여기로 다시 돌아오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한국에서 인공증식으로 태어난 매부리바다거북 세 마리가 11일 제주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바닷물로 들어가고 있다.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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