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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4.11.07

한국 문학의 뿌리를 찾아서···‘한국 문학의 맥박전’


▲ ‘한국 문학의 맥박전’이 24일까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다. 국립한국문학관



서울 = 길규영 기자 gilkyuyoung@korea.kr

소설가 한강이 지난달 10일 한국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랫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로 발돋움하는 순간이었다. 한강은 스웨덴 한림원과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번역서 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고 자랐다" 며 "삶의 의미를 탐구한 선배 작가들의 노력과 힘이 큰 영감을 주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의 말처럼 노벨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깊이 뿌리 내린 토양 위에서 피어난 결실이겠다.

한국 문학의 발자취를 살펴보는 전시가 서울 청와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 문학의 맥박전’이 바로 그것.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서와 국내 유일본, 친필원고 등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는 자리다.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근원적 힘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코리아넷이 지난달 26일 전시가 열리는 청와대 춘추관을 찾았다.

춘추문에 들어서자 청와대를 구경하러 온 관람객들로 장내가 북적거렸다. 사람들 틈을 지나 전시가 열리는 춘추관에 들어섰다. 바깥과 달리 한결 차분한 분위기다. 이날 전시 해설을 맡은 안재연 국립한국문학관 전시운영부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이 법인 설립 5주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 라며 "약 11만 점의 소장품 중 희귀자료 70여 점을 엄선했다"고 소개했다.

▲ ‘용비어천가’(1612년본)와 이인직의 ‘혈의 누’(1908년 재판본). 길규영 기자 gilkyuyoung@korea.kr


전시장에 들어가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인 판본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1부는 문학사적 전환을 이룬 작품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 사이로 익숙한 문장이 보였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새’. 한국 최초의 한글 창작물 ‘용비어천가’다. 조선 세종 때 목조에서 태종에 이르는 여섯 대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다. 한국 문학의 뿌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이다.

근대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 와 근대 최초의 장편소설 이광수의 ‘무정’ 등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던 친숙한 작품들의 판본과 신문 자료도 감상할 수 있었다. 

▲ 김동인 ‘감자’(1935). 국립한국문학관


제2부에선 아름다운 장정과 인쇄술이 돋보이는 근대 문학 작품을 만났다.  백석의 시집 ‘사슴’에 발길을 멈췄다. 민속적 세계를 노래한 작품집이다. 구수한 평북 방언이 일품이란다. 안 부장은 "당시 시집이 출판되자마자 장안의 화제였다" 면서 "윤동주가 시집을 구하지 못해 직접 필사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였다"고 귀띔했다.

한쪽에는 1920~30년대 한국 근대 소설사에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작품들도 있었다. 김동인의 ‘감자’가 눈에 띄었다. 간결한 문체와 냉철한 시각, 적절한 묘사로 한국 단편 소설의 기틀을 다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 ‘삼국유사’(1512년본). 길규영 기자 gilkyuyoung@korea.kr


제3부에서는 고려부터 조선까지 한국 문학사의 대표작에 흠뻑 빠졌다.  ‘삼국유사’는 고조선부터 후삼국까지의 유사를 모은 역사서. 단군신화가 최초로 기록된 책이다. 신라 향가 ‘서동요’도 수록됐다.

강호문학의 대가 윤선도의 ‘고산유고’ 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속세를 떠나 자연에서 살고자 하는 선비의 마음을 그린 시문집이다. ‘어부사시사’를 비롯해 250여 편과 시조 75수가 담겼다.

▲ 강용흘 ‘The Grass Roof’(1931). 길규영 기자 gilkyuyoung@korea.kr


제4부에선 해외에 소개된 한국 문학 작품들을 살펴봤다.  허난설헌의 ‘난설재시집’은 한국 여성 시인 최초로 외국에 번역된 사례다. "허난설헌이 명나라 사신을 통해 처음 알려지면서 중국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안 부장은 설명했다.

강용흘의 ‘초당’은 영어로 창작돼 조선을 서방세계에 알린 작품이다. 강용흘은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선비정신, 3·1운동 등 한국 사회의 단면을 상세히 그려냈다. 이를 두고 미국 작가 펄 벅(Pearl Buck)은 "가장 빛나는 동양의 지혜"라고 극찬했다.

▲ 채만식의 ‘탁류’(1939년 초판). 국립한국문학관


마지막 제5부에선 국립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가들의 육필 원고와 기증품, 국내 유일본이 전시됐다. 일본어로 쓰여진 이상의 육필 원고 ‘황의 기-작품 제2번’이 눈에 들어왔다. 강력한 반일 정서를 담아낸 시집이다. "제국주의 뿐만 아니라 물질주의와 과학기술의 공포를 미리 예견하고 이에 맞서는 인간의 정신을 그린 작품"이라고 안 부장은 설명했다.

서정주의 친필 도자, 조선 초기 한양의 열 가지 경치를 노래한 시집 ‘한도십영’, 1930년대 대표 리얼리즘 소설인 채만식의 ‘탁류’ 등 보기 힘든 귀한 자료들 역시 한자리에서 관람객을 맞이했다. 

▲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길규영 기자 gilkyuyoung@korea.kr


전시를 찾은 이구철 시인은 "책에서만 보던 수준 높은 작품의 원본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 며 "한국 문학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많이 와서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한국 문학은 오랜 세월을 거쳐 고유의 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강이 국제적인 작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한국 문학의 유구한 전통이 자리하고 있을 터. 한국 문학이 계속 발전해 가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가 되지 않겠는가. 한국 문학이 세계 무대에서 빛을 발하며 새로운 문학적 지형을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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