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코리아넷뉴스

게시일
2024.06.10

'꼰대 클래식은 잊어라' ··· 흥겨운 산골 음악회 '계촌클래식축제'

▲ '2024 계촌클래식축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계촌클래식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31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 '2024 계촌클래식축제'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계촌클래식공원에서 열렸다. 사진은 31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이지혜 기자 jihlee08@korea.kr

사진 = 한국예술종합학교 케이아츠 크리에이티브

은빛 머리칼의 그가 고개를 젖히며 건반에 손을 뗐다. 모차르트의 '전주곡과 푸가 C장조' 선율도 시나브로 희미해져 갔다. 저녁노을 속에 녹아든 바람처럼. 의자에 앉아있거나 돗자리를 펴고 편하게 공연을 즐기던 사람들도 일어섰다. 그렇게 시작된 박수와 환호가 한동안 계속됐다.

 

초여름의 들머리인 지난달 31일.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모차르트 프로그램을 들고 관객과 만났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클래식축제(5월 31~6월 2일)’ 첫날 무대에서다.

 

백건우는 이날 모차르트의 환상곡 D단조와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등을 유려한 손짓과 섬세한 표현력으로 연주했다. 다소 어둡고 극적인 선율로 비통함과 긴장감, 그리고 신비로움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밝고 명료한 음색으로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때론 아름다운 순수와 따스함이 온 몸으로 전해졌다. 그 압도적인 전율이란. 마치 모차르트가 공간을 꽉 감싸고 있는 듯한 감동이다. 백건우는 이렇게 청중의 감정을 쥐락펴락했다.

 

연주 도중 스쳐간 비도 거장의 연륜과 원숙함이 묻어난 무대를 즐기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았으리. 외려 음악과 자연이 어우러진 색다른 경험을 즐기려는 이들로 축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흐린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숲내음과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이 빚어낸 화음이 특별한 감동을 더했다.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이다경 씨는“빗소리가 배경 연주처럼 느껴져 공연 분위기가 훨씬 좋았다”고 했다.

 

산촌에 머물던 해가 뉘엿뉘엿해지질 무렵,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랐다. 계촌초·중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계촌별빛오케스트라’다. 이들은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로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서 디즈니 메들리, ‘캐리비안의 해적’,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 등 귀에 익숙한 곡을 들려주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노랫말을 읊조리던 조윤태 씨는 "어느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가 가장 인상에 남았다” 면서 ”어렸을 때 이 노래를 배우서 그런지 옛 추억도 많이 떠올랐다"며 깊은 여운에 잠겼다.


▲ 지난달 31일 '2024 계촌클래식축제'에서 연주하는 계촌초등학교 학생들.

▲ 지난달 31일 '2024 계촌클래식축제'에서 연주하는 계촌초등학교 학생들.

 

둘째 날은 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박소영, 피아니스트 이진상, 크누아 오케스트라가 나섰다. 마지막 날은 조성진과 지휘자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이 무대의 백미를 장식했다.


화려한 출연진이 다녀간 계촌은 인구 1700명의 작은 산골마을이다. 축제의 발단은 초등학교가 학생 부족 문제를 겪던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교가 현실로 다가오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권오이 당시 교장이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전교생이 참여하는 별빛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오케스트라는 외지 학생들을 하나둘 끌어들였고 폐교 위기에서도 벗어났다. 2012년엔 계촌중학교에도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졌다.

 

이런 사연을 들은 현대자동차 정몽구재단과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계촌마을에 ‘예술마을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한예종은 매년 졸업생을 보내 아이들을 가르치게 했다. 그렇게 시작된 계촌클래식축제가 올해 10년째를 맞이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클래식 축제여서 일까. ‘계촌클래식축제는 엄숙한 여느 클래식 공연장과는 느낌이 달랐다. 관객들은 자리와 행동의 엄격한 규제에서 벗어나 바닥에서 편하게 클래식 음악을 즐겼다.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청중을 끌어 모았으리라.

 

무대 주변에선 비빔밥, 떡볶이, 닭꼬치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클래식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란 홍보 문구로 특산품을 판매했다. 맥주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이라니. 멋진 일이다. 마치 전국에서 모인 관객이 음악가들과 어울리는 흥겨운 잔치 마당 같았다. 

 

계촌마을은 클래식축제장답게 마을 곳곳에 음악 관련된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다리와 벽에피아노 건반이 그러져 있고, 공연장 입구 옆에 악기 조형물들도 설치됐다. 피아노 모습의 정수기를 신기해하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사흘 간 열린 계촌클래식축제엔 1만 5700여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갔다고. 계촌클래식축제는 단순한 음악회가 아니었다. 자연과 음악, 사람들이 하나가 돼 예술마을 풍경을 만들어가는 신명난 한 마당 축제였다. 


▲ 지난달 31일 '2024 계촌클래식축제'을 즐기는 관람객들.

▲ 지난달 31일 '2024 계촌클래식축제'을 즐기는 관람객들.



· 코리아넷 뉴스의 저작권 정책은 코리아넷(02-2125-3501)으로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열람하신 정보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