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TV는 외국인 예능전성시대
한 눈에 봐도 출신 국가가 달라 보이는 개성 넘치는 세계 11개국 출신 젊은이가 TV에 출연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주제는 취업을 위해 경력 쌓기에 집중하는 젊은 세대, 결혼을 미루고 싶지만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현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대인 관계 등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놀라운 건 이렇게 생생한 이야기들이 한국어로 오간다는 것.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월요일 밤마다 방송하는 ‘비정상회담’의 이야기다.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11명의 외국인 출연자들은 모두 길게는 15년, 짧게는 4년 이상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문화를 몸소 체험해 온 이들이다. 때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스러운 시각에서 주장을 펼쳐 폭소를 유발하기도 하고 때로는 신랄할 만큼 이방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인 비판을 쏟아내기도 한다. ▲ 비정상회담 출연진들이 서로의 말에 공감하며 솔직담백한 토크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외국인 출연진을 내세운 이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새로운 예능계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꾸며내지 않은 신선함과 외국인의 시각을 배울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반응이 이어지면서 그 형식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사실 이런 추세의 선구자는 올해 초부터 방영을 시작한 MBC의 ‘진짜 사나이’다. 군대 병영 내에서 일어나는 훈련 과정과 사나이들의 전우애를 담아내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호주 출신의 샘 해밍턴과 중국계 캐나다 출신의 헨리를 포함한 뜻밖의 캐스팅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파란 눈의 샘이 군 생활에 완벽 적응해 선임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능청스런 모습에 폭소가 터진다. 시즌 2부에 투입된 헨리는 한국의 위계질서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외국인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며 예측불허의 행동으로 선임을 당황시켜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진짜사나이’에서 힘든 훈련을 마치고 일명 ‘군대리아’ 버거를 허겁지겁 먹고 있는 샘 해밍턴 ▲ 프랑스 청년 파비앙(왼쪽)이 케이블 채널 ‘유캔쿡’에 출연해 해장국을 만들고 있다. 입시 전쟁이 펼쳐지는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JTBC의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역시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여기서는 일본인 강남이 재미 요소를 담당한다.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린 학교의 무거운 분위기를 띄워주고 선생님을 방심하게 만드는 특유의 넉살에 절로 웃음이 난다. 아울러,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의 증가 추세를 반영해 혼자 사는 연예인의 일상을 담아낸 MBC의 ‘나혼자산다’에는 20대 프랑스 청년인 파비앙이 출연한다. 혼자 살면서 다양한 한국 음식을 스스로 요리해 먹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느껴진다. 이처럼 외국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외국 젊은이들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려는 외국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과 드라마의 폭넓은 확산으로 인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과도 폭넓은 교류와 공감을 이어간다. 반대로 한국 사회 역시 세계화를 기꺼이 수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과거 단일민족국가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한국에서 이 같은 교류와 소통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젠 한국도 외국인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이며, 이방인이 보는 객관적 한국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다양성과 소통하려는 노력들은 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승아 코리아넷 기자 slee27@korea.kr 20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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