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성(姓)이 더 어려운 것일까 한국 성이 더 어려운 것일까?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한국인들이 내 이름은 기억하지만 내 성(姓)은 기억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러시아 사람이지만 내가 가진 성은 루마니아 성인데, 러시아인들에게도 발음하기 어렵다. 나는 러시아인들이 내 성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것에 익숙해서 처음엔 한국 사람들도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내 성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금 더 지켜보면서 한국인들이 내 성뿐만 아니라 가장 흔한 러시아 성들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아는 한국 사람은 러시아 여자 친구가 있는데도 그녀의 성을 2년 동안 기억하지 못했었다. ▲ 류드밀라 미해에스쿠(Lyudmila Mikheesku) 한국에는 현재 약 250개의 성이 있으며, 가장 흔한 성은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이다. 김, 이, 박, 최, 정이라고 부르면 한국 인구의 절반은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성의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러시아 작은 마을에도 한국에 비하면 성이 더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한국 성은 보통 2~3개의 음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러시아 성은 10음운 이상이 되기도 한다. 또한 남성과 여성 성의 어미는 서로 다르다. 더군다나 성에도 엑센트가 있어 발음까지 생각하면 더 다양해 질 수 있다. 당연히 다른 문화권의 사람에게 러시아 성은 기억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곤란이 또 하나 있다. 러시아 풀네임은 개인 이름과 부칭(아버지의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식적인 상황에서 러시아인들은 보통 서로 풀네임으로 부른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러시아 풀네임에 있는 부칭을 성으로 자주 착각한다. 나에게도 그러한 경험이 있었다. 얼마 전에 러시아에서 열렸던 한국 이벤트에 참가하기 위해 신청서에 내 풀네임을 적었는데, 나중에 그쪽에서 받은 이벤트 참가 승인카드에 내 부칭은 성으로 적혀 있었다. 재미있어서 나는 그 카드를 기념품으로 간직한다. 그러한 실수를 살펴볼 때 나는 한국인들이 러시아 고전 소설을 읽은 것이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러시아 고전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자주 풀네임으로 불린다. 수십 년 전에 러시아 문학은 한국에서 매우 인기가 있었고 현재에도 수요가 있는 것 같은데, 한국인들이 ‘로지온 로마노비치 라스콜리니코프(Rodion Romanovich Raskolnikov)’나 ‘알렉세이 키릴로비치 브론스키(Alexey Kirillovich Vronskiy)’ 아니면 ‘표트르 안드레비치 그리뇨프(Pyotr Andreyich Grinyov)’ 같은 이름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매우 길고 복잡하다고 보는 것 같다. 한국 성은 러시아 성과 비해서 기억하기에 훨씬 더 쉽다. 하지만 러시아 사람들도 자주 실수를 하곤 한다. 그 이유는 바로 한국과 러시아 성명의 구성 순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성명의 순서는 «이름+부칭+성»이다. 부칭이 생략되는 경우에도 성은 성명에서 마지막에 위치한다. 그래서 러시아인들은 한국 성명을 듣거나 읽다가 마지막에 있는 것이 성이라고 습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예전에 박찬욱 감독에 대한 러시아어로 쓴 기사를 찾아보면 기자들이 때때로 «욱 감독»이라고 썼다. (물론 이제는 이러한 실수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박찬욱 감독은 러시아에서 인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같은 실수 자체는 지금도 드문 일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인들은 김, 이, 박, 최, 정, 등 같은 흔한 성을 알기는 하지만 흔하지 않은 한국 성을 쉽게 잊어버릴 수는 있다. 왜냐하면 복잡한 성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인들에게 한국의 짧은 성은 충분한 특성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가진 한국과 러시아 사람들은 서로 이름도 부르면서 실수를 할 수는 있다. 이것은 그렇게 큰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나는 인간관계에는 작은 요소도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쓴 류드밀라 미해에스쿠씨는 러시아 언론사 ‘네자비시마야 가제타(Nezavisimaya gazeta)’의 포토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20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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